[시선] 장월순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제천지부장

며칠 전 방송매체를 통해 국민건강보험에서 ‘포괄간호 서비스’ 시범사업을 확대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특히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 개선방안에 간병문제를 포함하고 간호인력을 늘려 간병을 입원서비스로 포함시켜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식대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지방중소병원부터 확대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문득 얼마 전 집안 어른의 병문안을 다녀온 생각이 난다. 평생 어렵게 사시던 분이지만 아들 하나를 키우며 그나마 위안을 받곤 하셨다. 그런데 건강보험에서 하는 건강진단을 받고 위암이 발견돼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아들이 전해준다. 어렵게 사셨던 분이라 넌지시 병원비에 대해 말을 건네 봤다.

건강보험에 위암 진단 신고를 하고 혜택을 받아 진료비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겠다고 하면서도 말끝을 흐린다. 의아해서, 그런데 무슨 걱정이냐고 물어보니 자신의 처지를 탓한다. 어른의 상태가 좋지 않아 늘 옆에서 돌봐드려야 하지만, 사정상 간병인을 쓰는 데 그 간병비가 만만치 않다며 깊은 한숨을 내 쉰다.

하루에 8만원씩 한달이면 170만~180만원이 소요되며 별도로 또 수고비를 건네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한다. 슬그머니 봉투 하나를 내밀고 돌아서는 발길이 영 시원치 않았다.

예로부터 긴병에 효자 없다고 한다. 그만큼 간병은 우리 사회에서 늘 한편의 걱정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걱정이 이제 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포괄 간호서비스’로 인해 없어질 수 있다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2015년 3월 현재 27개 의료기관이 참여 중이고 참여의사를 표시한 기관도 약 20여개가 된다고 한다. 특히 연내 100개 기관 이상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몇 년내 대다수 의료기관이 ‘포괄간호 서비스’를 하도록 추진한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다. 비용도 하루 약 4000원에서 8000원 정도로 저렴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에서 모범 사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가난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2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아직도 어두운 구석이 있다.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성장 과실도 적절히 분배되지 못하면서 빈곤층은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100만가구를 훌쩍 넘은 홀몸노인 가구가 특히 문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1위다. 홀몸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국가 도움은 턱없이 부족하다. 자녀가 도움을 전혀 주지 않는데도 단지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많다.

이제라도 간병비의 부담에서 벗어나 입원서비스로 간병을 제공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소식을 전할 겸 이번 주말에는 한번 더 어른의 병문안을 다녀올 작정이다.

모든 병원에 ‘포괄간호 서비스’가 실시돼 백의의 천사가 따뜻한 미소로 손길을 건네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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