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진석 사회교육부장

‘독립청사’를 짓겠다던 충북도의회가 남 좋은 일만 시켜준 채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됐다. 결론은 독립청사는 물 건너가고 도의회 때문에 충북도와 도교육청만 실속을 챙겼기 때문이다. 앞서, 이언구 충북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10월 도의회 독립청사를 짓겠다고 밝혔다.

의정 활동 공간이 부족함은 물론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도의회만 독립청사가 없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도의회는 ‘청사 건립 준비단’까지 발족했다. 그러면서 충북도청 인근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도의회 청사 건립 최적지로 낙점했다. 당시 이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초는 초대 도의회 의사당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라며 이곳에 독립청사를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충북도의회와 충북도는 도교육청에 중앙초 부지를 '공짜'로 달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도교육청은 제값을 쳐주지 않아 중앙초 부지를 넘길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충북도는 청주 밀레니엄타운 내 학생교육문화원 부지 또는 충북체육고등학교 등과의 맞교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손해를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앙초 매각을 둘러싼 충북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이 각기 셈법을 달리하며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의 물꼬는 도교육청이 텄다. 지난달 26일 충북도에 공문을 발송해 “옛 중앙초 부지를 밀레니엄타운 내 다른 부지와 교환하거나 4년 분할 상환으로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답을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면서 충북도가 의견제출 요구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중앙초 부지에 대한 자체 활용 방안을 즉시 실행하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중앙초 터를 공짜로 달라는 충북도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지난 16일 중앙초 부지·건물(탁상 가격 122억원 상당)과 도교육청이 무상 사용 중인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충북체고(38억원 상당)를 상계 처리하고 차액인 84억원을 4년 분할 상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민들은 당연히 옛 중앙초 부지에 도의회 독립청사가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충북도가 도교육청이 매각을 결정한 옛 중앙초 건물을 사들여 ‘도청 별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앙초 건물을 의회로 쓰려면 수 십억원대 리모델링 비용이 들어가고, 신축 또한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다면 당초 중앙초 부지에 독립청사를 짓겠다던 도의회가 그 정도의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오랜 진통끝에 중앙초 부지 매입이 결정됐지만 도의회는 독립청사 건립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중앙초 부지에 독립청사를 짓겠다는 도의회의 계획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이다. 역설적으로 중앙초 부지에 독립청사를 짓겠다던 도의회는 중앙초 부지를 충북도에 빼앗긴 꼴이 됐다. 반면 도교육청은 중앙초 부지를 팔면서 현금과 함께 도 소유인 충북체고 부지까지 챙겼으니, 가장 큰 ‘실속’을 챙긴 셈이다. 도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맞으면서까지 독립청사를 짓겠다던 충북도의회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결국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 꼴’이 된 것이다. 실속도 챙기지 못할 것이면서 괜히 독립청사를 짓겠다며 논란의 불씨를 던진 도의회를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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