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대흥동 ‘수라면옥’
새콤·달콤·매콤 냉면 입맛 자극
파·숙주 송송 빈대떡 뱃속 든든

추운겨울이 가시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올 때. 바야흐로 가만히 있어도 나른해지고, 입맛을 쉽사리 잃기 쉬운 계절이다. '수라면옥(이하 수라)' 냉면의 달큰하고 시원한 육수로 입맛을 돋우는 것은 어떨까.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수라는 1986년 문을 연 이래 한 자리에서 30여년 동안 동네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 함흥식 물냉면
수라의 대표메뉴는 함흥식 물냉면. 찰기가 강하고 야들야들한 면발이 생오이와 편육, 삶은 계란과 함께 나온다.

이로 쉽사리 끊어지지 않을 만큼 탱탱한 면은 혀에 감기는 느낌이 일품이다. 면도 면이지만 역시 냉면은 육수 맛. 수라의 육수는 ‘사이다가 들어갔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달콤하면서도 청량감을 줘 다른 집과 차이를 보인다.

비결은 감초와 온갖 과일이다. 고기를 삶아낸 물에 감초와 사과, 배 등 과일을 넣고, 그 향이 배도록 하는게 손복출(67·여) 사장의 30년 비법이란다. 진한 고기육수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가벼운 맛’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달큰한 국물은 거부하기 힘들다.

새콤하고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회냉면을 맛보면 된다.

육수가 자박하게 깔려있어 양념장을 비빌 때 뻑뻑하지 않다. 매운 알싸함이 입안에 돌지만 달콤한 끝 맛이 잡아준다. 회로 명태가 들어가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홍어를 올린다.

입에 넣고 씹을 때 처음에는 양념맛이 느껴지지만, 이내 홍어회가 품고 있는 고소함이 입안에 퍼진다. 질기지도, 그렇다고 퍽퍽하지도 않아 씹는 맛도 좋다.

▲ 녹두빈대떡
냉면과 찰떡궁합인 녹두빈대떡은 100%국산 녹두를 갈아 만들었다. 익숙한 얇디 얇은 빈대떡과는 다르다. 파와 숙주 등이 넉넉히 들어간 탓에 두께가 있어 든든한 속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기름기는 다소 적은 편으로 다소 퍽퍽하다 느낄 수 있지만 담백한 맛은 발군이다. 수라가 요즘 미는(?) 불고기도 좋다.

소고기와 팽이버섯, 쪽파, 홍고추 등을 육수와 함께 보글보글 끓여낸다. 양념을 절제하는 대신 고기의 육질을 살렸다. 수라는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는다.

손복출(67·여) 사장은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철학으로 지금의 수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손 사장은 “음식은 정직함이다. 음식만큼은 양심을 속이지 않고 최고 품질의 재료를 사용 한다”며 “재료 원가절감을 이유로 사람들을 속이면 금방 손님들이 알아차리기 때문에 번거롭지만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날그날 쓸 양만큼만 사용 한다”고 말했다.

손 사장의 말대로 수라는 음식의 기본인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모두 직접 담가 쓰고 있다. 이 탓인지 30년 넘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2008년 리모델링을 통해 외관부터 카페느낌이 나도록 해, 젊은 층의 손님에게도 만족스러운 공간이 됐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표> 맛집 별점
★★★★
정직한 재료… 새콤·달콤·매콤 조합 굿
서비스 ★★★
가격에 비해 적은 양… 밑반찬 부족
청결 ★★★★
고급스러운 카페 느낌… 깔끔함
가격 ★★
다소 비싼 가격… 음식 맛으로 승부
접근성 ★★★
주차장 없음, 중앙로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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