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수의 리메이크곡을 들어보면 뭔가 부담을 느낀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 그런 부담을 지우고 편안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1990년대 가수들의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폴 인 메모리'(Fall in Memory)를 발표한 가수 거미(본명 박지연·34)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커피숍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콘서트나 방송에서 선후배 가수들의 노래를 재해석해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정식 앨범으로 묶어서 내기는 처음이다.

그는 신곡으로 채운 정규 앨범 대신 일종의 번외편 같은 리메이크 앨범을 내기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제가 좋아한 곡들을 팬분들께 들려 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노래 중에서도 오랜 고민 끝에 낙점한 곡은 '너를 사랑해'(한동준)와 '해줄 수 없는 일'(박효신), '헤어진 다음 날'(이현우), '로미오&줄리엣'(신승훈), '준비없는 이별'(녹색지대) 다섯 곡이다.

모두 남자 가수가 원곡을 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거미는 일부러 남자 가수의 곡만 선택했다고 밝혔다.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을 덜려면 아예 목소리 색깔이 다른 남자 가수의 곡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거미는 "다른 가수의 리메이크곡을 들어보니 다들 부담스러워서인지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부터 제가 리메이크 한다면 편안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편안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서 아예 목소리만으로 충분히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남자 가수의 곡만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 색깔이 완연히 다르다고 해도 기존 가수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 있는 곡을 다시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거미는 감정 표현으로 원곡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동준이 부르는 '너를 사랑해'는 남자가 여자의 어깰 감싸 안은 채 하는 말 같다면 자신이 부르는 '너를 사랑해'는 마치 속삭이면서 건네는 대화처럼 들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타이틀곡인 '해볼 수 없는 일'은 진정성을 담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애초 원곡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오히려 부담을 덜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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