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 부설기관 영평식품
웰빙사찰음식 죽염·장류 생산
세종그린바이오사업단 홍보
지역민 고용으로 상생효과도

▲ 영평사 주지인 환성스님이 지난 17일 SG-bio사업단, 파워블로거들과 백련꽃차 시음을 하고 있다. 영평사는 식품회사인 영평식품을 설립해 자죽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세종=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웰빙(well-being) 열풍의 종착지는 사찰(寺刹) 음식이었다. 승려들은 먹는 것조차 부처에게 공양을 비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만큼만 담아야 하고, 남기지 말아야 하는 철칙이 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승려들의 식사법을 일컫는 발우공양(鉢盂供養)은 어쩌면 식재료 본연의 맛은 살리되 짜지않고, 맵지 않아야하는 정석을 갖춰야 했다. 때문에 사찰 음식은 자연이 재료요, 공양이 양념이 되는 웰빙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오전 세종시그린바이오사업단(이하 SG-bio사업단)과 파워블로거들이 찾은 세종시 장군면의 영평사(永平寺)에선 웰빙을 담은 한국 전통의 장(醬)이 익어가고 있었다.

이곳은 불교 사찰 영평사(永平寺)가 자리한 곳으로 인근에선 사찰이 부설기관으로 세운 ‘영평식품’이 자체 생산한 죽염을 기본으로 각종 장을 만들고 있다.

영평식품은 인근 주민들을 고용해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식재료 또한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해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생들의 시주를 받아 운영되는 피동적 사찰에서 벗어나 절 인근지역과 상생하는 것을 모색한 것이다.

영평식품이 대표작으로 내놓은 것은 자죽염(紫粥鹽·자주 빛깔을 띤 죽염). 안동과 담양 등에서 들여온 대나무 통에 서해안 천일염을 담아 가마에 9번 굽는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었다.

죽염의 자줏빛은 9번째 구울 때 송진을 연료로 가마의 온도를 1900~2000℃로 높였기 때문이다. 이때 불순물이 녹아내리고 대나무에 함유된 유황성분이 섞이면서 자줏빛을 띈다는 게 영평식품 측 설명이다.

SG-bio사업단이 방문한 이날도 영평식품은 사찰 아래 별도의 제조시설에서 자죽염을 생산하고 있었다. 영평식품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현관스님과 직원들은 대나무통에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을 넣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현관스님은 “지금 대통에 넣는 천일염은 3회 죽염”이라며 “대통에 굽는 과정을 3번 거친 것을 빻는 것만으로도 상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G-bio사업단과 파워블로거들은 기둥 모양의 소금을 찍어서 일일이 맛을 봤다.

보통 소금이라면 짜야 제맛이지만 3회 죽염은 짠맛이 적고 구운 달걀냄새가 강했다. 이날 대통에 넣은 3회 죽염은 빻고 굽는 과정을 반복해 9번째에 발명특허로 만든 용융로에서 굽는다. 비로소 죽염이 용암처럼 흘리내리고 식으면 자줏빛이 된 자죽염이 탄생한다고 한다.

박종기 홍보부장은 “자죽염은 5개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작업을 거쳐야 하는 노력의 결정체”라며 “2회 죽염은 식용으로, 3회 죽염은 마사지나 양치용 등으로 사용할 때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영평식품은 ‘산사의 참맛’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죽염과 이를 기본으로 한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을 판매하고 있다.

SG-bio사업단과 파워블로거들이 식품공장에서 산사로 발길을 옮기자 영평식품의 대표이자 영평사의 주지인 환성스님이 백련꽃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백련꽃차는 12㎝이상의 꽃봉오리를 세숫대야 크기의 다완(茶碗)에 풀어놓은 뒤 우려 마시는 것이다. 영평사는 사찰 뒤편에 연꽃밭을 꾸려 백련꽃을 생산하기도 한다.

환성스님은 “사리사욕을 버리고 중생을 구제해야 할 사찰이 식품회사를 운영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수동적 구제와 능동적 구제의 차이일 뿐, 사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승려들이 목탁만 두드리며 시주를 받아 절을 이끄는 것보다 지역민과 합심해 상생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절초 축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영평사는 지난해 2598명이 참가한 템플스테이로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수상하는 등 식품 외 분야에서도 본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세종=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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