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노진호 교육문화팀 차장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은 지난해 한국프로축구 2부리그(K리그 챌린지) 정상에 등극하며 ‘강등’의 수모를 1년 만에 씻고 올 시즌 1부리그로 복귀했다.

지난해 2부리그를 초토화하고 여유롭게 1위를 차지한 대전이기에 올해 1부리그에 대한 전망도 어둡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일까, ‘오만이 아닌 자만에 졌다’는 예전 한 스포츠신문의 헤드라인처럼 어쩌면 조금 긴장의 끈을 놓았던 것인지 시즌 초반 대전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깝다.

대전은 16일 현재 1무 5패로 리그 전체 12개 구단 중 12위로 순위표 제일 밑바닥에 머물러 있다.

특히 시즌 초반 4연패를 당할 때는 긴장의 끈이 아닌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처럼 실점하기 바빠 영화 ‘친구’에서 나온 “고마해라, 마이 묵으따 아이가”라는 장동건의 명대사가 딱 어울렸을 정도였다.

여기서 대전의 경기력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스포츠는 승자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고, 특히 프로스포츠 구단으로써 승리만큼 훌륭한 팬서비스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프로든 아마든 승패가 스포츠의 모든 것은 아니다. 더불어 연간 8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쓰는 팀에게 선수 연봉만 90억원, 100억원을 쓰는 팀처럼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일 것이다. 하지만 대전이 올 시즌 초반 무너지고, 내분까지 불거지는 것을 보며 과연 이 팀에 수십억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게 맞는 것일까 나아가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은 꼭 있어야 할까 등의 의문을 갖게 됐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전시티즌 구단과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시민구단으로서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대전 구단에는 좀 미안한 비교지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차이는 단지 두 스포츠의 인기 차이는 아닐 것이며, 성적의 차이도, 인프라의 차이도 아닌 것 같다.

한화는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3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안았지만, 팬들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것은 프로야구가 혹은 한화이글스가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며, 야구를 보는 이유가 단지 이기는 것을 보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전시티즌도 시민들의 삶 속에 조금 더 가까워져야 하고, 그러려면 더 움직여야 한다.

선수들은 구단의 사회공헌활동이든 경기가 있는 날의 이벤트든 언론과의 접촉이든 더 자신을 드러내고 팬들에게 다가서야 하며, 구단도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경기장으로 시민들을 끌고 와야 한다.

신분증에 등록된 주소를 기준으로 경기장과 거리가 먼 곳에 살수록 할인을 해준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말린스라든가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에 앞서 공짜표 2만장을 뿌려 관중을 모은 메이저리그 탬파베이레이스 등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함께 무수한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성공적인 지역밀착 사례도 이미 여러 차례 각종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모든 사례가 대전에 적합하고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겠지만, 시민구단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해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재정난을 해결해 자생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이 생겨도 팬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며, 연패에 빠지거나 2부리그로 강등당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퇴출당하는 것이다. 대전시티즌의 출발이 시민인 것처럼, 그 끝도 시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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