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볼링 선수이자 교사 “세계대회 금빛낭보 전할게요”
텐핀 종목 국가대표 선발 맹연습, 첫 출전 금메달에 기뻐 잠못자
내달 열리는 세계대회 우승목표, 장애인 복지·인프라 아쉬움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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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장애볼링 선수이자 대전맹학교 교사인 임동환 씨가 교정에서 볼링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진호 기자
가이드레일을 설치하고 안내인의 도움을 받는 시각장애볼링은 아직 생소하고 ‘보이지 않는’ 핀을 친다는 점에서 신기하기까지 하다. 대전맹학교 교사인 임동환 선수(33)는 이처럼 ‘낯선’ 시각장애볼링을 통해 큰 꿈을 꾸고 있다.

내달 10일 개막하는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텐핀 볼링 종목 국가대표로 선발된 임 씨는 금빛 낭보를 전하기 위해 매일 퇴근 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임 씨는 지난 8~10일 열린 ‘대전시장기 전국장애인볼링대회’의 저조한 성적으로 걱정이 크다.

그는 “못해도 2등은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전체 20명 중 6등을 했다”며 “내 점수만 보면 평균은 했는데 전반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점수가 높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볼링은 TPB 1~3으로 나뉘며, 1(가이드레일 설치)은 전맹이며 그 정도에 따라 2~3으로 분류된다.

대학시절 재미삼아 들른 것이 볼링과의 첫 만남이었다는 임 씨는 “나름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 돼서 오기가 생겼고, 집에서 자세 연습을 시작했다”며 “2010년 대전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전에 경험삼아 출전하기 위해 1년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고, 그게 선수생활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출전한 제30회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운 좋게’ 금메달을 땄다고 한다.

임 씨는 “첫 금메달을 땄을 때는 기뻐서 잠을 못 잤다. 접전 끝에 금메달을 딴 2012년 전국장애인체전 2인조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중 갑자기 무너질 때가 있다. 보이는 것이 없으니까 감에 의존해야 하는데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면서도 “그런 것을 극복해야 큰 선수가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볼링선수이면서 대전맹학교 교사인 임 씨는 고등부 이료(안마, 침 등)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중도에 실명하는 분들은 한 순간 모든 것을 잃고 인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학교를 찾았다가 점차 자신감을 얻고 잘 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 있다”고 전했다. 현직 맹학교 교사인 만큼 장애인 복지와 각종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임 씨는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나도 연습하던 볼링장에서 쫓겨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지금 연습하는 경성코아볼링장 사장님은 정말 잘해준다.

꼭 기사에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보통 대회 때는 대전시장애인체육회 김영미, 박은숙 코치님이 안내인으로 도와주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며 “볼링을 모르는 사람이 도와주면 경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씨의 현재 목표는 내달 열리는 세계대회 우승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임 씨는 “보이지 않는데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볼링선수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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