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경철수 정치·경제부장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거스를 수 없다더니 어느덧 새내기 기자가 15년차 기자가 됐다.

2003년 충북 청주에도 동네신문 붐이 일면서 커뮤니티 신문을 만들어 보겠다고 잠시 외도도 해 보고, 더 이상 신문밥은 먹지 않겠다며 감동영상을 표방한 인터넷방송도 만들어 보았지만, 역시나 신문 밥은 ‘마약’과도 같아서 돌고 돌아 생활하고 있는 곳이 지역 일간지다.

세월이 흘러도 세상이 언론을 대하는 변하지 않는 태도는 바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란 원칙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마라’는 이 말의 원칙에는 바로 서로를 이용하거나 이용당하는 인간사가 담겨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자들은 사전취재와 보충취재 등 확인에 확인을 거쳐 기사를 작성하곤 한다. 그리고 작성된 기사가 송고되면 게이트 키퍼를 자부하는 데스크들의 날선 평가와 눈빛을 통과해서야 비로소 지면을 장식하게 된다. 그래서 신문을 공동산물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제 ‘정론직필’이니 ‘기자의 사명’이니 하는 교과서적인 얘기보다 매체의 특성을 어떻게 아우르며, 우리가 지역현안을 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각종 매체의 발달로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기자는 독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엄선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하는 시대다. 그날, 그날의 쏟아지는 기사를 있는 사실(fact) 그대로 전달하고, 속보성 경쟁을 벌이던 일간신문과 방송의 시대는 어쩌면 끝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진실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려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역시나 지역언론의 사명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 1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우리에게 요즘 팩트(fact)만을 전달하는 것이 과연 기자의 역할일까.

이제 단순히 현안을 리포트(report)하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제 라이터(writer)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라이터란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현안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분석기사를 생산해 내는 작가적 발상을 말한다. 그러기에 기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역시나 ‘충북의 100년 먹거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청주에어로폴리스 지구 내 MRO(항공정비)단지 조성사업이다. 이와 관련, 지역언론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쟁적으로 관련기사를 생산해 냈다. 그러나, 관련사업에 올인하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나 충북도의 노고를 도민들에게 전달하면서 고마움의 표시보다 나름의 고충을 먼저 듣게 된다.

지역언론의 보도행태가 마냥 고맙기만 하지 못한 데는 타 시·도가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낱낱이 보도되는 청주MRO사업의 참여업체 정보가 자칫 경쟁 시·도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남 사천에 이어 최근 인천시까지 MRO사업에 뛰어들면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충북도는 3파전을 피할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청주MRO단지 조성사업의 선도기업으로 충북도가 유치하려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경남도와 MRO사업을 하게 된 데는 지역언론의 책임도 있다는 점이다.

충북도가 손을 잡고 MRO사업을 추진하려던 모든 기업들이 언론을 통해 속속 공개되면서 해당 자치단체로부터 브레이크가 걸린면도 있다는 것이다. 또, 관련 공무원의 입장에선 ‘패를 보여주고 포커판’을 벌이는 심정이란 하소연이다. 이 공무원은 지역언론의 역할을 잘 알지만 ‘무엇이 지역을 위한 일이고, 생산적인 기사가 될 지를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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