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장 민원 대폭 증가, A/S 소홀·재구입 유도 비판

#.직장인 이모(30) 씨는 지난 1월 30만원을 들여 장착한 블랙박스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칠 전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다른 차가 긁고 도망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을 확인하려 했지만 전혀 녹화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업체 상담센터에 문의전화를 했지만 3일 동안 연결되지 않았다. 또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수리업체에 보냈지만 아무런 연락 없이 한 달 만에야 블랙박스를 되돌려 받았다.

#.김모(34·여) 씨도 지난해 장착한 전·후방 블랙박스를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김 씨는 블랙박스 구입 후 지속적인 멈춤 현상과 영상 녹화가 안 되는 등 문제가 발생해 메모리카드까지 교체했다. 하지만 이틀 만에 같은 증상이 발생해 수리를 받았지만 고장증세는 여전했다. 김 씨는 업체에 새 제품 교체를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계속된 고장은 본인이 제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거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최근 차량 블랙박스의 잦은 고장으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블랙박스 고장 관련 민원은 지난해 230건으로 전년(181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올해도 81건(3월 기준)이나 접수돼 블랙박스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민원 대부분은 번호판조차 제대로 식별 못하는 저급기능과 구매 후 잦은 고장, 사후관리서비스(A/S)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제품에서 잔고장이 가장 심한 SD메모리카드의 경우 수명이 6개월에서 1년에 불과 하지만 무상 수리기간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계본체와 달리 SD카드는 소모품으로 분류돼 제품보증기간이 짧다보니 소비자들은 관련 고장이 발생할 때마다 본인 부담금으로 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블랙박스 업체들은 구매 당시 사용설명서에 메모리 기능과 배터리 수명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놨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SD카드 재구입을 유도해 시중가보다 곱절이상 비싸게 판매하는 배짱영업을 하고 있다.

기기를 판매한 이후 고장 등 문제를 평소 관리가 잘못됐다며 소비자 탓으로만 떠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막상 블랙박스 제품설명서를 보면 포맷하라는 간단한 안내만 하는 등 제품 사용에 필요한 주의사항을 충분하게 고지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A/S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지 등 제대로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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