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 축소로 반발예상
야권 의석 수 증가… 여권 난감
지역별 직능대표제 거론되기도
접점찾지 못할시 개편 불확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여·야 간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여·야 모두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역주의의 잔재’에 따른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특히 충청권의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실질적 의석증가의 효과를 견인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 ‘찬성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들의 극렬한 반대와 지역주의의 폐단에 따른 여·야 간 입장차로 이 제도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 도입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 지배적이다.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 비례로 총 의석(지역구+비례대표)을 배분하고, 현행 246명인 지역구 의원은 200명으로 대폭 줄이고, 비례대표를 5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안이 포함돼 있다.

이 경우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의 국회의원 의석수는 현재 25석에서 31석으로 늘어나 충청권은 사실상의 증설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 도입에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될 걸림돌은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다.

의원 정수 증가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지역구 의원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해 모든 지역구가 ‘조정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엄청난 반대가 예상된다.

또 지역주의의 잔재도 무시할 수 없다.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3월 비례대표 100석을 기준으로 19대 총선 결과를 대입해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영남권 비례대표는 새누리당 16석, 새정치연합 7석이 배분됐고, 호남은 새정치연합 7석, 새누리당 1석씩 나눠가진다는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불모지였던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지만 그 수를 비교해보면 야권에 유리해보이는 게 사실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수도권 의석이 30석 가까이 늘어날 것까지 감안하면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환영하겠지만 여권에서 이 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정가의 우세한 관측이다.

새누리당 이영규 대전시당위원장 역시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새정치연합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라며 “영남에서 새정치연합의 득표율이 40% 가까이 나오지만 호남에서는 새누리당이 많아야 20% 가까이 얻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범계 대전시당위원장(대전 서구을)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지역별 직능대표제’로 발전시키면 어떨지 개인적으로 고민 중”이라며 여·야 간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독립화와 관련한 논의를 우선적으로 펼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 등 선거제도를 다룰 예정인 만큼, 선거구 획정안에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활동시한인 8월 말까지 선거제 개편은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이견차를 뚫고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비롯한 다양한 선거제도 개편안까지 논의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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