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편지②] 염홍철 배재대 석좌교수

지난 2010년 말부터 2011년까지 무상급식과 관련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그 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 모두 대체적으로 무상급식을 수용하는 입장을 보여서 무상급식 문제는 정치권에서 사라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홍준표 경남지사가 도교육청에 지원하던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을 발표한 뒤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 무상급식을 포함한 이른바 ‘복지 망국론’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OECD국가 중, GDP대비 가장 적은 복지 예산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복지강화’가 아니라 ‘복지망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초·중학교 무상급식은 강제규정은 아니나 헌법상 보장된 의무교육의 일환이기 때문에 큰 쟁점이 있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쟁점화 되면서 사실이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는 점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3항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무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재정이 허락하는 한 수업료, 교과서 그리고 급식까지도 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학설입니다. 따라서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성이라는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 되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미 이른바 부자들의 자녀에게도 수업료와 교과서, 그리고 일부 학습준비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의무교육의 대상 학생들에게 점심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무상교육의 범위를 확대하느냐의 여부이지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일부에서는 ‘무상급식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고 과장을 하고 있으나,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일 경우, 시·도와 교육청 예산의 1% 미만이 소요됩니다. 천문학적 예산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무상급식과 관련한 논쟁이 한창일 때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무상급식 논쟁을 보며’라는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무료급식을 사회복지정책의 일종이라고 보면 부유층에게 무료급식의 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정부가 도움을 주어야 할 사람에게만 혜택을 제한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치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으로 보는 순간 결론은 180도 달라진다. 공공재나 가치재의 성격을 갖는 상품의 경우에는 무상 배분이 원칙이다. 따라서 부유층 자제에 대한 무상급식이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무상급식은 경제적 격차나 계층적 불평등을 뛰어넘어 아이들에게 공동체를 학습하는 기회를 주고 있으며 이것은 곧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대도시에서 도로를 1㎞건설하는데,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액에 해당되는 300~4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공용주차장을 건설하는데 주차 한 대 당 수 천 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독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먹는 한 끼의 비용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균형 있는 시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무상급식을 제외하고라도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는 ‘퍼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경제활성화로 환원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럴 때 4년 전에 물러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의 말이 생각납니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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