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재발견 4 (중교로)
대전 중구 성모오거리부터 대전천 중교까지 약 1㎞ 구간
전통맛집·거리에 늘어선 표구사·갤러리·소극장 터 잡아
과거 어지러웠던 간판등 깔끔한 현대식 인테리어 재탄생
백춘희 정무부시장 “세월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취와 맛”

▲ 2012년 부터 추진된 '문화흐름 중교로 조성사업'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 중구 중교로.
거리는 향수다. 직위고하를 떠나 어릴 적 누비던 집앞 골목부터 젊은 시절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거닐던 거리까지 나름의 향수와 진한 추억을 안고 산다. 거리는 우리 모두에게 현재의 삶의 터전, 혹은 과거의 기억, 앞으로의 기대가 함께 녹아있는 곳이다.

백춘희 대전 정무부시장이라고 다를까. 충북 청주에서 나고 자라 23년전부터 대전에서 살고 있는 백 부시장 역시 대전 곳곳의 거리에 추억을 숨겨놨다. 백 부시장과 함께 대전 중구 중교로의 추억을 더듬어 봤다.

중교로는 대전성모병원 앞 성모오거리부터 대전천의 중교까지의 약 1㎞ 구간에 속한다. 이 곳은 전통의 맛집과 표구사, 갤러리, 소극장 등 ‘거리의 형님’들이 먼 옛날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새로이 조성된 ‘동생’들이 거리 요소요소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어머, 여기 내가 자주 가던 곳인데…, 겉만 바뀌고 안은 그대로네.”

백 부시장은 이 곳 중교로에서 과거의 추억을 먼저 확인했다.

그는 과거 표구(서화 보존을 위해 종이를 안감으로 대는 일)를 많이 했다며 거리에 늘어선 표구사에 관심을 내비쳤다. 서울공방을 비롯해 한샘표구사, 보광당화랑표구사 등은 ‘근대건축물 리모델링 공사’에 따라 과거 어지러웠던 간판 등 외관에서 깔끔한 현대식 인테리어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20년 전 표구사에 드나들던 과거를 떠올리면 지난 세월이 무색하단다. 보광당화랑표구사에는 직접 들러 40년 경력 배원갑(60) 씨와 예전의 추억을 함께하기도 했다. 현대갤러리와 문화공간 주차갤러리를 지날 무렵엔 “갤러리의 미술품을 보고 근처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았다”며 인근 찻집의 정취를 어린아이 마냥 설명하기도 했다.

백 부시장은 인근 상인, 행인들과 두런두런 인사를 나누며 5분쯤 걷다 ‘수라면옥’ 앞에서 다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다른 집의 냉면도 맛있지만, 수라면옥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맛도 맛이거니와 오랜동안 먹어온 맛이라 그런가….”

백 부시장은 수라면옥에 이어 근처 맛집을 줄줄 꿰며 각각의 맛을 찬미(讚味)했다.

고기가 맛있는 오류 옥천가, 수라면옥과 쌍벽을 이루는 사리원면옥, 지난달 본보에 1호 맛집으로 소개된 내집식당 등.

날이 덥거나 춥거나, 해장을 위해서나 술을 곁들이기 위해서나 중교로 일대의 식당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취와 맛’이 백 부시장이 추억하는 중교로였다. 그렇다고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대전 내 어느 거리보다도 많은 변화를 겪은 곳이 바로 중교로 아니겠는가.

백 부시장은 2012년부터 추진된 ‘문화흐름 중교로 조성사업’을 언급하며 거리의 변모에 놀라워했다.

3년 사이 중교로는 낡은 보도블록이 교체되고 수조분수 6개소와 미니계류 6개소 등이 도로변에 자리잡았다. 복합분수와 조형물 등 각종 시설요소들이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플라타너스 나무 대신 넓어진 보도에 이팝나무 167그루가 식재됐다.

중교로의 특성에 맞는 조형물 등의 배치로 특색있는 가로경관을 연출했다는 평이다.

그 결과 ‘차 없는 거리 토요문화마당’ 등 행사가 진행될 수 있었고, 옛 거리가 아닌 문화가 흐르는 ‘새’ 중교로의 탄생을 볼 수 있었다.

백 부시장은 “대전의 거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과거의 추억거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단장된 중교로는 전국적으로 좋은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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