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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예쁘면 봐주는 세상이지만, 망가지는 캐릭터면 어떤가”

[나재필의 feel]충청도 남자와 결혼하는 '명품배우' 박준면
고교 1학년때 무작정 뛰어든 연극
지금은 TV·영화·무대 넘나들며 열연
뛰어난 가창력·연기 ‘뮤지컬계 빅마마’
스케줄 빡빡해도 지금은 바짝 벌고싶다
괄괄할 것 같지만 사실은 소심한 사람
8월쯤 결혼식없이 혼인신고만 할 계획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2015년 03월 18일 수요일 제10면     승인시간 : 2015년 03월 17일 20시 17분
연예계는 비주얼시대다. 인형같이 생긴 사람 천지다. 그러다보니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그 몸매가 그 몸매다.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타박 받을 얘기지만, 그래서 나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못마땅했던 프로그램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독특한 여배우를 발견한 이후부터다. 그녀는 팔방미인 박준면(39)이다. TV, 영화, 연극무대를 넘나들며 인간이 지닌 모든 끼를 발산하고 있다. 더욱이 그녀는 나와 호흡했던 정진영 전 충청투데이 기자(34·대전 출신·현 헤럴드경제 문화부)와 목하 열애 중이다. 화면 바깥, 그것도 특별히 집으로 초대해 인터뷰를 했다.

▲ 나재필 편집부국장(왼쪽)과 배우 박준면이 환하게 웃고 있다.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꽃무늬 녹색스웨터에 단정하게 머리를 묶어 맨 모습이 잔잔한 페이소스를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화면에서 보던 모습과 같거나, 혹은 달랐다. 약간의 데면데면함을 풀어볼까 해서 맥주와 소곡주(충남 서천)를 내놨다. 그런데 예비시댁에 들러야한다며 맥주를 몇 모금 마시고는 잔을 (미련 없이) 내려놓았다.

-연기를 보며 괄괄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조용하다.

"캐릭터 때문에 굉장히 외향적일 것이라고 오해를 많이 받는데, 정말 내성적인 사람이고 소심한 사람이다. 부끄럼도 많이 탄다."

-술은 잘 마시나.

"잘 마신다. 좀 많이….(웃음) 홍대에 산 지 10년 가까이 된다. 그러다보니 배우임에도 뮤지션들과 술을 많이 마신다. 집에서 바로 내려오면 단골 술집이 있다. 거기서 뮤지션들을 하나, 둘 만나게 됐다. 모두 그곳 술친구들이다."

-학창시절은 어땠나.

"어린 시절은 조용하고 평범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전교회장도 하고 반장도 맡으면서 성격이 활발해졌다. 발표하는 일, 노래 부르는 일 등 주목 받는 일이 좋았다. 당시의 활동들이 배우활동의 밑바탕이 된 것 같다."

-배우가 된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반 활동을 계기로 연기를 시작했고, 다음 해 바로 극단을 들어갔다. 극단을 따라 전국을 다니며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밟았다. 고3 때 '노부인의 방문'이라는 연극에서 '마을사람3번'으로 첫 프로무대에 섰다. 무대에 서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아 이 길을 걷게 됐다."

-명품조연배우다. 만족하고 있나.

"좋다. 왜 좋지 않겠는가? 연기생활에선 큰 욕심이 없다. 늘 선택 받고 싶고, 늘 주인공 뒤에서 빛나고 싶다. 주인공에 대한 로망을 버린 지는 오래됐다. 어렸을 때부터 조연이었고 언제나 누군가를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이 할 수 있는, 찌질한 캐릭터도 사랑하게 됐다. 다만 검증 안 된 아이돌 뒤에서만큼은 조연하기 싫다. (물론)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있겠는가. 그냥 좋으니까 계속 한다. 그리고 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는 것 같아 계속 한다."

-공연을 보면 가창력을 뽐낼 법도 한데 절제하더라.

"조연은 치고 빠지는 거다.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줘야 한다. 사람들은 뮤지컬계의 빅마마라고 하지만 그건 내 진짜 목소리가 아니다. 가수는 뮤지컬과 달리 기댈 부분이 귀 밖에 없잖은가. 오로지 제 목소리로 어떤 장치도 없이 진정성을 담아 부른다."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민호의 보컬 트레이닝을 맡아 화제가 됐었다,

"아는 지인을 통해 (이민호가) 보컬 코치를 받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 깜짝 놀랐다. 민호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예쁜 친구다. 자신이 못하는 부분에 대해 돌려 얘기하지 않고 정확히 말해주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난 선생님이 아니라 배우일 뿐이다."

-계속 앨범을 낼 건가.

"사기를 당하면 그만큼 인생 공부를 했다고 치지 않는가. 나도 돈 까먹고 빚지며 앨범을 만들었지만 좋아서 한 거다. 곡들이 모인다면 또 빚내서 낼 것 같다.”(웃음)

-싱어송라이터(작사·작곡)로도 유명하다.

"2012년은 유독 힘든 시기였다. 배우로도 잘 안 풀리고, 돈도 없었다. 이때 가수 강산에가 술집에서 말했다. 곡 한 번 써보라고. 어릴 적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피아노도 독학으로 익혔지만, 노래를 만들어볼 생각은 미처 못 했었다. 그래서 '낮술'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재밌었다. 계속 노래를 만들어나갔다. 그게 쌓이다 보니 음반을 내기에 이르렀다. 난 곡의 형식, 장르 이런 걸 모른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쓴다. 노래를 만들며 위안과 치유를 받았다."

-천부적인 음악성을 이야기하는 건가.

"앗, 오해하지 마시라.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음악이 아니고 노래다. 노래를 좋아하다보니깐 많이 찾아서 듣게 되고, 뮤지션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음악에 노출이 된 거다. 흥얼흥얼 대던 것을 구체적으로 악보로 쓰고, 가사를 붙이다보니 곡이 나왔다는 것이니 에둘러 생각마라."

-진짜 다재다능하다.

"딱히 잘하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때그때 기회가 주어지든, 기회를 만들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왔다. 박준면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배우라는 부분이 가장 큰데, 배우는 선택을 하기보다 선택을 당하는 일이 훨씬 많지 않은가. 그래서 선택받지 못한 시기(재충전=백수)에 곡을 쓰게 됐고, 그 시간이 내게 진영 씨를 만나게 해줬다. 음악은 여러 가지로 활동에 전환점이 됐다."

그녀는 올해로 22년차 배우다. '뮤지컬계의 대모'로 불리는 그녀는 지난 1994년 연극 '노부인의 방문'으로 데뷔했다. 드라마 '아현동 마님' '내조의 여왕' '신의 퀴즈' 시리즈에서 열연했고, 뮤지컬 '그리스' '명성황후' '시카고' '레미제라블' 등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벌써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두 번씩이나 받았다.

-음악에 애착을 갖는 이유라도 있나.

"배우는 늘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써야 하는 존재다. 그런데 음반에선 나를 온전히 드러내야한다. 옷을 하나도 안 걸친 기분도 든다. 관객과 같이 목욕탕 간 기분이라고 할까. 괜히 위아래로 훑어보게 되고, 그래도 한 번 갔다 오면 진짜 친해지지 않는가.(웃음)"

-좌우명이 '기대하지마라'다.

"일이든 사람이든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면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하니까 그런 걸 많이 느낀다. 드라마는 현장에서 연기를 못 해도 용서되는 게 있다. 인기 많고 잘생기고 이쁘면 넘어간다. 드라마는 인생이자 사회인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자꾸 돌아보게 된다."

▲ 명품 조연배우 박준면은 다재다능하다. TV·영화는 물론 뮤지컬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더욱이 그녀는 작사·작곡에도 능한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여자 박준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가.

"요조나 타루처럼 홍대 여신도 아니고 억척스럽고 뚱뚱하고 코믹한 감초 배우로 살아왔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곧 마흔인데, 박준면은 이런 여자다 하고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

-예비신랑(정진영 기자)은 어떻게 만났나.

"지난해 7월초 인터뷰를 계기로 만났다. 첫 발매앨범과 관련된 인터뷰여서 많이 긴장했고, 질문에 성의껏 대답했을 뿐, 기자 이상의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얘기를 하다 보니 잘 통했고, 본업 이외에 다른 일을 벌이는 것이 나와 비슷함을 느꼈다. 단 몇 시간 만에 이야기는 봇물처럼 터졌고, 급기야 술자리까지 갖게 됐다. 제일 끌렸던 것은 사람이 진솔했다는 점이다. 대중문화라는 공통분모가 사랑의 교집합이었던가 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었다. 이후 친한 누나와 동생 사이로 발전했다."

-그 흔한 간보기나 밀당(밀고 당기기)도 없었다고 들었다.

"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다. 마음에 들면 아무 것도 계산하는 것 없이 순수하게 좋아한다.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프러포즈는.

"인터뷰 이후 세 번째 술자리를 가지게 됐는데, 술도 안 취한 상태에서 갑자기 나한테 결혼하자고 했다. (피식 웃으며) 너무 놀라서 화장실로 달려갔고, 내가 도망갈까 봐 화장실 문 앞에서 지키고 서 있었다. 그냥 그날은 너무 충격을 받았다. 결혼 결정은 한참 후에 하게 됐는데, 진영 씨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도하촌 기행)을 완독하고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소설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언제 결혼할 것인가.

"예정대로라면 2월에 혼인신고를 시작으로 살림을 합치려고 했으나, 갑자기 드라마, 뮤지컬 스케줄이 빡빡해져서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아마도 8월쯤 혼인신고를 할 계획인데, 따로 결혼식을 가질 생각은 없다. 결혼식을 따로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내가 결혼식에 가기 싫기 때문이다."

-(솔직히) 정 기자는 자상한 면이 있지만 재미는 별로 없는 사람이다.

"지방색이 아무리 없다 해도, 충청도 남자는 충청도 남자더라. 속을 알 수가 없다. 몇 번을 되물어보고 확인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종종 귀찮을 때가 있다."

-KBS 일일드라마 '달콤한 비밀'과 월화드라마 '블러드' 출연 중이다. 스케줄이 많다.

"이런 스케줄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운이 좋았다. 바짝 벌어야 할 시기다. 열심히 하겠다. 많이 좀 찾아 달라.(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요즘 스케줄이 빡빡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중이다.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스케줄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 사이에 혼인신고 무사히 마치고 진영 씨와 행복한 생활을 꾸리면서 걱정 없이 살고 싶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세세한 감정의 세포들을 하나씩 깨워주는 듯 물음표였다가 느낌표가 되고, 쉼표였다가 다시 느낌표가 되는 기분이었다. 마치 가슴을 관통하는 처연한 외로움 처럼…. 앞으로 그녀가 펼칠 연기,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진해진 이유다. 단연코 그녀는 비주얼의 시대, 주얼리 같은 배우였다.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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