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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충청도가 뜨거워졌다.

2월 내내 이완구 국무총리 청문회와 국회인준으로 충청도가 입에 오르더니 충청도의 '맹주'로 불리는 JP(김종필 전 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의 별세로 계속 충청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말 이완구 총리의 곡절 많은 인준에는 계룡산처럼 묵직하게 버티고 있는 충청도의 정치역학(力學)적 존재가 한 몫을 했다. 그 하이라이트는 국회 청문회때 증인으로 출석한 모 충청인사가 "왜 호남 분들이 우리를 몰아세우느냐?"고 퉁명스럽게 던진 말이었다. 결국 이것은 누구든 충청권을 무시하면 대선 때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 들렸고 '충청도 총리 불가론'을 주장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대표로 하여금 허를 찔리게 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3·1절에도 충남 천안을 방문했다. 충청도는 이제 정권을 결정지을 만큼 역할이 커진 것이다. 그것을 연속적으로 실감 있게 보여준 것이 박영옥 여사 빈소에서 펼쳐진 '조문(弔問)정치'다.

90고령에 평생의 반려자를 잃고 상심하는 JP에게 '잠룡'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그를 조문했고 그때그때 던진 말들이 언론에 회자되면서 '역시 그는 정치9단'이라는 탄성이 나오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이완구 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의원 등등 문상객을 맞으며 그 위치와 역할에 따라 한마디씩 정치훈수를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때에 따라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그 '정치 9단'의 훈수는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그리고 JP는 이들에게 멘트를 잊지 않았다. "국민은 호랑이와 같다", "대통령에게 '직언하겠다. 비판하겠다', 그런 소리 일절하지 마라", "정치는 허업(虛業)" 등등. 잠룡의 한사람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는 "내가 먼저 가려고 했는데…. 내가 울고 앉아 있다"고 부인에게 잘하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훈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역시 JP가 펼치고 있는 그 빈소 안에 들어갔다 와야 어떤 의미의 인증서를 받는 것 같은 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해서 여·야의 대권잠룡들이 모두 그 빈소 안에서 인증 샷을 찍었고 충청인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

이처럼 이완구 총리의 등장에서부터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흐름에는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가 있음을 확실히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충청도가 '정치역학'적으로 새로운 위치에 오르고 있음이다.

그러나 충청도의 '정치역학'은 이제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가 아니라 충청인 스스로 주역이 되는 것으로 모아져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앞장서 등장했던 충청인들처럼 정말 사(私)를 버리고 나라를 위해 뛰어들어야 한다. 이완구 총리의 선조 분은 임진왜란 때 홍성에서 의병 300명을 이끌고 금산(칠백의총)전투에서 전사를 했다. 이완구 총리가 그 후손답게 성공적인 총리가 되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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