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리를 가야 하는데, 5리만 가고 멈출 순 없죠." 부임 첫 시즌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에 V리그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안긴 양철호(40) 감독은 애써 벅찬 가슴을 억눌렀다. 

양 감독의 목표는 챔피언결정전을 향해 있다. 

현대건설은 26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홈 경기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1(25-23 14-25 26-24 25-17)로 누르며 남은 경기 승패에 상관없이 최소 3위를 확보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지난해 7월 부임하자마자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젊은 사령탑 양철호 감독은 더 큰 무대인 V리그에서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올려놨다. 

양 감독은 "나에겐 정말 뜻깊은 시즌이다"라고 기뻐하며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내게 운도 따랐다. 지금까지 고생한 걸 보상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양 감독은 축배를 다음으로 미뤘다. 

그는 "10리를 가는 게 목표인데 5리까지만 가고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승리를 향한 열망의 표현이었다. 

또한 남은 정규리그 4경기에서 무리하지 않고 포스트시즌을 대비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2위 현대건설은 이날 승점 50을 채워 한 경기를 더 치른 도로공사(승점 55·19승 8패)를 5점 차로 추격했다. 

짜릿한 역전극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장면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포스트시즌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확률이 높지 않은 싸움에 집중하다 무리하게 되면 포스트시즌까지 망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현대건설과 양 감독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큰 무대를 준비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할 때까지 양 감독과 선수 모두 맘고생이 컸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건, 양 감독과 선수의 땀과 눈물이었다. 

이날 경기 뒤 현대건설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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