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재발견 산호여인숙]
대전 중구 대흥동 허름한 골목
초록 대문 알록달록 간판 이색
1층 예술가·작가들 전시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며
2층 게스트하우스로 꾸며놔
숙박 공간이자 문화예술 공간
예술인 손길이 닿은 탓인지
곳곳에 아티스트들 흔적 즐비
예술작품들 감성하며 힐링
라면·토스트·우유서비스 제공

대전시 중구 대흥동 중부경찰서 담벼락 너머 뒷골목으로 접어들면 대전의 새로운 명소 산호여인숙을 만날 수 있다. 

숙박 공간이자 문화예술 공간인 산호여인숙은 매년 8월 대흥동에서 열리는 ‘대흥동립만세’ 축제에 맞춰 2011년 새롭게 오픈했다.

대전 예술의 거리에 자리잡은 이 곳은 골목 초입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초록색 철대문에 알록달록한 글자들로 꾸며진 간판은 누구나 한번 쯤 들어가보고 싶게끔 만드는 궁금증을 뿜어내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 영업하던 여인숙을 지금의 산호여인숙으로 재탄생시켜 1층은 예술가·작가들의 전시실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며 2층은 게스트하우스로 꾸며놨다.

당장 다음주(3월 2일)부터는 올해 첫 전시회인 ‘진배의 구멍’이란 행사가 열린다고 주인은 귀띔했다. 

여인숙은 여관보다 한등급 아래인 숙박시설로 부담없는 가격이 매력이다. 하루 숙박비(1인 기준) 1만 5000~1만 8000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 곳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과거로의 회상에 빠질 수 있다. 

구석구석 돌아보면 재미있는 구경거리들과 책장에 비치된 책,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집만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여인숙은 1970년대의 대표적인 휴게공간이었다. 

여인숙과 여관을 구분하는 차이는 바로 화장실. 여관은 각 방마다 독립된 화장실이 있지만, 여인숙은 투숙객들이 한 쪽에 마련된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는 불문율이다. 

산호여인숙 역시 1층에는 남자화장실과 샤워실이, 2층에는 여자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 숙소에는 6인이 묶을 수 있는 2층 침대방은 물론, 비좁지만 온돌(4인 기준)도 있다. 

이밖에 주방, 회의실 등 다른 여인숙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단 부부라도 남녀가 함께 혼숙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숙박을 한 손님에게 조식으로 라면과 토스트, 우유를 제공하는 주인의 남다른 배려도 돋보인다. 종이로 그려진 벽면의 약도에는 아침을 먹을만한 식당들을 직접 그려서 붙여놓는 등 독특한 개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상호는 여인숙이지만 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은 탓인지 곳곳에 아티스트들의 흔적이 즐비하다. 하룻밤 묵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정감가는 곳이다. 

산호여인숙에서의 추억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는 예약(070-8226-2870)은 필수다.

이 골목에는 ‘락카페&클럽’인 설탕수박도 있다. 이 집 역시 포인트는 뭐니뭐니해도 허름한 내외관이다.

문학가, 예술인, 연극배우들이 많이 찾는 술집 설탕수박은 벽면 가득 LP레코드판으로 꾸며졌다. 

손님이 원한다면 올드 팝과 추억의 옛 가요 등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 이 골목은 관광객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줄 맛집도 여러 곳 있다. 

설탕수박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취향식당에서는 가정식 백반을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먹어볼 수 있으며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한 수원손칼국수에선 어머니가 직접 끌여주셨던 손칼국수의 진맛을 맛볼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족·친구들과 함께 옛 추억이 가득한 산호여인숙 골목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해 본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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