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 “지금까진 공평한 기회… 실력 안되면 뛸수 없다”
“올 시즌 성패는 시범경기까지 남은 열흘 동안 어떻게 팀을 만드느냐다. 이제 진짜 선수를 가려내겠다.”
한화이글스의 일본 전지훈련이 막바지로 가고 있지만, 김성근 감독(73)은 아직 ‘배’가 고프다.
25일 오후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같이 말하며, 전력 극대화를 위한 각오를 다졌다.
시즌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현 전력은 60% 정도라고 밝힌 김 감독은 “대부분 선수가 아직 베스트는 아니다”라며 “캠프에서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팬이 궁금해하는 이용규의 수비 복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지금도 충분히 경기에 나갈 수 있지만, 무리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답한 후 “얼마 전 턱을 다친 정근우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24일 2군 캠프로 간 외국인 선수 모건에 대해서는 “시합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아 내려보냈다”고 짧게 말했다.
100%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올 시즌 팀 운용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올 시즌 타순과 마운드 운용 등에 관해 묻자 “선발 라인업에 대한 구상은 있지만 몸 상태가 문제”라며 “훈련을 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야 수비였는데 50%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어깨가 좋은 외야수가 없다. 정말 심각하다”며 “외야 수비가 안 되면 한 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연습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안이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전지훈련 기간 드러난 한화의 또 다른 문제는 주전과 비주전간 실력 차이로, 대부분의 주전급 선수들이 빠진 채 치러진 지난 17~19일 세 차례 연습경기(SK 0-7, 요코하마 2군 2-18, 니혼햄 8-19)와 주전급이 나선 21일 삼성(3-2), 22일 KIA(8-5), 24일 야쿠르트(5-6)전은 완전 다른 팀이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비주전들이) 연습 때는 잘하는데 시합 때는 경험 부족이 드러나더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박노민은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선수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지훈련 기간 주목받은 선수는 박노민을 비롯해 김회성, 김민우, 정대훈, 조영우 등이 있다. 김 감독은 “김회성은 타격폼이 많이 좋아졌다. 3루는 언제든 커버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정대훈과 조영우는 제대로 쓸 수 있는 단계까지 왔고, 김민우는 연습경기 때는 고전했지만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쉐인 유먼과 미치 탈보트에 대해서는 “야구를 할 줄 안다”며 만족감을 드러내 올 시즌 한화 선발진은 두 외국인 투수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불펜은 걱정이 커 보였다. 김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미정이다. 윤규진을 생각했는데 지금 안 좋다. 제대로 안 만들고 이대로 가면 묵사발이 될 것”이라며 “최영환은 지난해 로봇같은 폼에서 이제 좀 투수 같아졌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은 옛날 같았으면 내게 얻어맞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화는 오는 3월 7일 LG를 상대로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는 선수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서도 송은범의 공이 안 좋아 3실점 했지만 포수 조인성이 리드를 잘못한 것도 있다. 그런 것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수비도 수비지만 투수진의 분발이 시급하다”며 “FA 3인방(권혁·배영수·송은범)과 윤규진, 이태양, 박정진 등의 컨디션이 더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이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줬지만 남은 전지훈련 기간에는 더 조일 것이다. 실력이 안 되면 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오키나와(일본)=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