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행정심판 요건··· 돌아오는건 '메아리'뿐

주류를 운반하는 박모(29)씨는 15일 행정심판 청구 절차를 문의하기 위해 충남경찰청에 무거운 발걸음을 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술 한잔에 잡은 운전대가 화근.

담당자의 친절한 안내에 다소 표정이 밝아졌지만 엎질러진 물을 되 담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핑계없는 무덤 없듯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음주운전자들의 사연도 천태만상이다.

이들 대부분은 운전이 곧 생업인 생계형 운전자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단 읍소해 보지만 녹녹할 리 만무하다.

지난해 충남경찰청에 접수된 행정심판은 모두 569건, 음주운전자 중 정상이 참작돼 110일 감경 처분을 받은 사람은 92명에 불과하다.

음주에 단속된 열 중 둘은 전화 또는 방문으로 하소연을 늘어 놓지만 법은 법, 까다로운 심판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제 아무리 가슴 절인 사연을 품고 있어도 구제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이혼으로 아이 둘을 양육하는 김모(44)씨는 아픈 속을 달래려고 한잔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단속망에 걸렸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열쇠는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심판위원회에 있으니 메아리만 컸을 뿐.

14년 운전경력에 음주운전 경력이 없고 노모를 부양하는 이모(47)씨의 직업은 청소차 운전사.

한 아주머니는 "어린 아들이 겨우 마음을 잡고 운전으로 먹고 사는데 어찌해야 옳으냐"고 울음을 터뜨려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관계자들은 "아무리 딱한 사정이 있어도 법을 어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행정심판의 경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니 낭패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음주운전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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