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 단속 현장

14일 밤 9시경, 대전시 중구 중촌동 현암교에는 통행 차량들 사이로 고깔 모양의 라바콘이 놓이고 음주 단속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대전 동부경찰서 교통경찰들이 취중 운전자들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혹한에 대비해 방한모와 장갑으로 무장하고 안전을 위해 야광 밴드를 착용한 경찰들이 단속을 알리는 팀장의 신호에 맞춰 일제히 도로 위로 분산됐고, 경찰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차로에서 운전자들에게 알코올감지기를 들이대며 단속을 시작했다.

단속을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된 시간, 갑자기 1차로에서 단속을 하던 의경이 소리를 질러댔다.

한 차량이 단속을 거부한 채 그대로 도주한 것이었다.

나예주(38) 경장과 노용래(22) 상경이 순식간에 순찰차량에 올랐고 도주 차량과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싸이렌을 울리며 마이크로 정지할 것을 지시했지만 이 트럭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비틀대며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계속 달아났다.

언뜻 보기에도 도주 트럭 운전자는 음주운전 상태가 확실했고, 나 경장은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무리한 운전을 자제했다.

단속 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경성코아 앞에 이르러서야 트럭을 가로막았고, 운전자를 끌어 내렸다.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60대 초반의 남자 운전자에게서는 코를 찌르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

현장으로 돌아오는 순찰차안에서 이 운전자는 "장사가 너무 안돼서 술 좀 마셨어, 하루 종일 번 돈 다 줄테니깐 한 번만 봐줘"라며 호주머니에 꾸깃꾸깃 넣어 둔 만원짜리와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 경찰관에게 건넸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경찰의 말에 돈을 급히 다시 가져간 뒤 연신 혼잣말을 중얼대며 횡성수설댔다.

30여분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측정한 결과 이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수치는 0.164(면허취소 수치)였다.

한 차례 전쟁을 마친 경찰들의 이마에는 영하를 웃도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땀방울이 맺혔고,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4∼5명의 운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측정 장소로 이끌려왔다.

말끔한 양복 차림의 40대 신사를 비롯 잠시 외출한 것으로 보이는 체육복 차림의 남자, 60을 훌쩍 넘긴 노인 등 적발자도 각양각색이었다. 남자 친구를 대신해 단속 경찰관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미인계를 쓰는 30대 여성, 단골 대리운전이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었다는 40대 가장, 마음대로 하라며 단속을 거부하는 '막가파식' 30대 남성 등 대처방법도 제각각이었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단속을 끝마친 경찰들은 취객들과 추운 날씨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고, 단속 현장에는 취객들이 남기고 간 씁쓸한 자화상만이 차가운 새벽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