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용노동청 체불청산지원센터 하루평균 민원 300여건
상여금 고사하고 임금도 안줘, 지난해 체불사업장 3600여곳

▲ 지난 12일 설 명절을 앞두고 월급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대전고용노동청 체불청산 지원센터를 찾아와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디자이너 A 씨(대전 서구 정림동·25)는 지난해 말 대전 중구의 한 업체에서 근무했지만 약속한 월급 132만원을 받지 못했다. 첫 직장이라 근로계약서를 써야하는지 몰랐다는 A 씨는 하루 평균 12시간의 격무에도 참고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설날이라고 가진 돈의 일부를 쪼개 부모님께 내복 한 벌 겨우 사드린 A 씨는 이런 막막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에 빠졌다.

#용접공 B 씨(충남 부여군·51)는 작업반장으로 8명과 함께 한 업체에서 용접 일을 하며 근무했지만 이 중 4명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급여를 받지 못한 B 씨 일행은 돈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항변했지만 업체 관계자는 작업지시 거부를 들먹이며 4명을 강제해고 시켰다. 

B 씨는 돈도 안주고 부려먹는 회사에서 돈 안주면 일을 못 한다고 항변한 것이 해고사유가 될 줄 몰랐다며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다고 취재진을 붙잡았다.

지난 12일 오후 1시 본보 취재진은 대전고용노동청 내 설 명절을 맞아 운영되고 있는 ‘체불청산 지원센터’를 찾았다.

고용청 1층 민원실에 임시로 마련된 센터는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인 7~8명이 초조하게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와, 근로복지공단 유성지사 관계자들이 파견을 나와 고용청 근로감독관들과 함께 급여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의 민원해소를 돕고 있었다.

상담 받는 민원인들의 대다수는 40~50대 남성 근로자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학생티를 벗지 못한 근로자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체불청산 지원센터에서 하루 평균 접수받는 민원은 300여건. 주말없이 매일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 3일부터 10여일동안 약 3000여건이 넘는 체불관련 민원이 센터를 통해 접수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취재진이 2시간가량 머무는 동안에도 20~30명의 근로자들이 센터를 찾아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선영 대전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3과 팀장은 “명절을 맞아 운영되고 있는 지원센터를 통해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고용인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많이 찾고 있다”며 “센터 운영 이전에도 진정서는 계속 들어오고 있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 휴일에도 문을 열고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만 접수된 체불임금 사건이 대전청 관할지역만 사업장 3654곳, 288억의 체불금이 접수됐고, 청주 등 4개 지청을 합하면 사업장 숫자는 1만 877곳, 977억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센터를 떠나는 취재진을 향해 한 근로자는 “설이라고 상여금은 못줄지언정 땀 흘려 일한 돈도 못 받는 상황이 말이나 됩니까”라며 울분을 토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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