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우편집중국물류센터 명절 앞두고 일평균 6만통 3배 처리
장시간 허리통증·작은상자가 복병… 직원 “보람 느끼는 직업”

▲ 충남 계룡시 두마면의 대전우편집중국물류센터에서 본보 이정훈 기자(가운데)가 직접 택배화물을 컨베이어 벨트 위로 실어보고 있다. 사진=정재훈 기자

지난 13일 오후7시, 충남 계룡시 두마면에 위치한 대전우편집중국 물류센터.

산더미처럼 쌓인 택배 속에서 우체국 직원들과 택배 직원들은 치열한 배송 전쟁을 한 창 벌이고 있었다.

과일세트와 한우세트, 한과 등 설 명절 선물부터 책자나 기계부품, 홈쇼핑 상품까지 빼곡하게 쌓인 각양각색의 물품들이 센터를 들어선 기자를 압도했다. 평소 이 곳에서 처리하는 하루 물량은 약 6만통가량이지만, 설을 앞둔 요즈음은 평소 물량의 3배 이상이 들어온다.

때문에 택배화물을 옮기는 직원들의 손과 발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집중국 이용진 주무관은 “보통 하루 평균 6만통의 물량을 다루지만 지난주 수요일(4일)은 1999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16만통의 물량을 처리했다”며 “24시간 운영체제로 비번인 사람 모두 투입해 특별소통기간을 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수작업 구분조’에 투입됐다. 수작업 구분조는 택배 50~70개가 실린 롤파레트(바퀴가 달린 철제 화물 운반대)가 오면, 물건을 운송장 바코드가 보이는 방향으로 컨베이어 벨트위에 올리는 일이다.

물건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찍으면 모니터에 각 지역의 고유번호가 나타난다. 이 번호를 확인한 직원들이 일일이 바코드 옆에 숫자를 적으면 택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각 지역별로 분류된다. 

여기서 15년 동안 근무해온 최모(관저동·45) 씨는 “평소에도 힘들지만 명절 기간은 특히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며 “한 곳에 오래 서서 단순작업을 하면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상당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30분쯤 지났을까.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며 말 수는 줄어들었다. 

‘수작업 구분조’는 택배물건을 나르고 바코드를 확인하고, 배송지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기자도 밀려드는 허리 통증에도 꼼짝없이 일을 해야 했다. 롤파레트는 20여개가 밀려 있는 상황으로 일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큰 상자는 김이나 휴지 등으로 오히려 가벼운 것이 많았지만, 작고 가벼워 보이는 상자가 복병이었다. 

작은 상자에는 철강재료, 자동차 부품 등 묵직한 것들이 숨어있어 자칫 방심하면 허리에 무리가 오기 십상이었다. 작업 현장에는 초록색, 보라색 조끼를 입은 시간제 아르바이트생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교에 다니는 아르바이트생 정모(정림동·21) 씨는 “군 입대 전 용돈을 벌기 위해 택배아르바이트를 왔다”며 “한 파레트를 끝내고 다음 파레트가 또 들어오는 걸 볼 때면 한 숨부터 나오고 허리와 손은 끊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컨베이어 벨트 끝 부분에서 지역 분류를 하고 있던 김모(태평동·34) 씨는 “최대한 웃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라며 “며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인상까지 쓰면 더 맥이 풀린다. 

때때로 우리가 하는 일로 누군가 물건을 받고 행복해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늘도 대전우편집중국은 바쁜 하루를 보내며 잠들지 않고 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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