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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건 아름다운 중독 … 내년엔 사하라사막 250㎞ 마라톤에 도전”

괴짜CEO … 조웅래 더맥키스컴퍼니 회장
한달에 200~250㎞ 뛰는 러닝맨…14년동안 51차례 풀코스 완주
남들과 똑같이 산다는 건 낭비…미친놈 소리들어도 자기답게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2015년 02월 11일 수요일 제11면     승인시간 : 2015년 02월 10일 14시 05분

▶조웅래 회장을 만난 곳은 여명이 밝아오는 이른 아침, 대전 서구 만년동 갑천변 엑스포다리 인근이다.
2월의 길목은 매웠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천변(川邊)에 찬바람이 불자, 바람은 좌우로 흔들리면서 이내 얼었다. 그만큼 영하의 온도는 36.5℃도의 체온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여명(黎明) 또한 환하게 밝아오는 것처럼 서둘렀지만 이내 시들시들 채도를 내렸다. 이른 아침, 한사람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이렇게 별스러웠던 까닭은 인터뷰이(interviewee)가 독특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괴짜CEO, 맨발전도사, 누드족(足)장, 마라톤 CEO, 팔색조 경영인이라고 불리는 조웅래(57) 더맥키스컴퍼니 회장이다.

조 회장은 소문난 달리기 마니아다. 매일 새벽 계족산 황톳길을 뛰거나 걷고, 겨울이 오면 잠시 갑천변으로 장소를 옮겨 또 뛴다. 자그마치 한달에 200~250㎞다. 2001년 형의 권유로 마라톤(42.195㎞)을 시작해 지금까지 51차례의 풀코스(도쿄·보스턴·뉴욕 대회 포함)를 완주했다. 국민마라토너 이봉주가 20년간 41차례 풀코스를 뛰었으니 조 회장이 한수 위인 셈이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는 여명이 걷히기 시작한 천변을 나란히 뛰며 인생 얘기를 나눴다.

-마라톤은 왜 하는가.

"마라톤은 신이 내려준 최고의 보약이다. 선수들은 (新)기록을 위해 뛰지만 난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 마라톤은 땀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운동이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는가. 완주 후 갖게 되는 성취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남다른 체력에 비결이라도 있나.

"별난 것은 없다. 대신에 아침·점심·저녁 세 끼를 거의 거르지 않는다. 국물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주로 반찬에 비벼 먹는 시골 스타일이다. 점심도 단품 요리를 주로 먹는다. 청국장이나 돼지고기찌개를 즐긴다."

-맨발걷기와 마라톤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속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맨발은 느림이고, 마라톤은 빠름 아닌가. 그렇다면 '속도'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웃음)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맨발이든 마라톤이든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속도보다는 준비가 중요하다. 일 년에 몇 차례 대회에 참가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몸을 만들어야 하고 체력을 길러야하기 때문이다. 가령 마라톤 풀코스 51회 완주는 그동안 게을리 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해왔다는 월계관이다. 결국 마라톤이란 뛰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비우기 위해서 뛰는 것이고 채우기 위해 뛰는 것이다."

-진짜 인생은 55세부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나이가 반환점인가.

"물론 그렇다. 난 80세까지 풀코스를 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꾸준히 몸을 관리하면 된다. 진짜 중요한 기록은 반환점 이전까지가 아니라 반환점 이후부터다."

-매번 러너스하이(runners high:통상 30분 이상 달릴 때 얻어지는 도취감)를 느끼는가.

"15㎞지점에서 오는 것 같다. 허공을 밟는 듯 몸이 붕붕 뜨는 느낌이다. 난 러닝하이가 오면 절대 오버하지 않는다. 몸이 가볍게 느껴져 오버페이스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42.195㎞를 완주하기 위해서 힘을 절약해둔다. 그래야 끝을 볼 수 있다."

-직원들에게도 마라톤을 권장하고 있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10㎞ 마라톤시험을 본다고 들었다. 회사 모토이기에 따라갈 수는 있지만 속으로는 괴롭지 않을까.

"(무슨 소리냐는 듯) 직원들도 즐기고 있다. 잘 따라오고 있다. 알몸마라톤(5㎞·10㎞)의 경우 호응이 좋다. 직원들이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하면 1㎞당 2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입사원의 수습 딱지를 떼는 면(免)수습 마라톤시험도 본다. 10㎞를 정해진 시간 안에 주파해야 정규직원이 될 수 있다. 이 모두가 직원 건강을 독려하는 차원이다. 뛰기 싫으면 안 뛰면 되는 것 아닌가.(웃음)"

-직원관리는 어떻게 하나.

"생전의 어머니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난 임직원들에게 사람 냄새 나는 회사를 만들자고 주문을 자주 한다. 우리 회사 슬로건인 '사람과 사람 사이'는 대외홍보용 구호가 아니다. 직원들이 열 손가락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냐 오냐 하지는 않는다. 잘못하면 호되게 야단도 쳐야 한다. 그러고 나서 따뜻한 밥 차려주는 게 어머니의 마음이다. 직원 중엔 다소 부족한 사람도 있다. 그래도 함께 가야 한다.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진정성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먼저 다가서는 사람 말이다. 스펙 좋고 잘난 사람은 널린 시대다. 남들보다 더 나은 걸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남이 못 가진 걸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그게 진짜 경쟁력이다."

조 회장은 원래 IT기업 창업자로 벤처1세대였다. 1992년 단돈 2000만원으로 전화운세 서비스를 한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1995년엔 무선호출기(삐삐) 연결음 음악서비스 '700-5425'로 대박신화를 썼고, 2004년에는 내리막길을 걷던 소주업체 '선양'을 인수해 충청도와 인연을 맺게 됐다.

-계족산 황톳길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계족산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소주회사와 계족산, 황톳길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처음에 황톳길을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비만 와도 쓸려 없어지는 것을 왜 만드느냐고. 그 사람들은 계산기 두들기며 머리로만 생각했던 거고, 난 양말에 구멍이 나도록 걸으면서 가슴으로 느꼈다. 지금은 누구나 이 황톳길을 좋아하지 않는가."

-맨발로 걸으면 무엇이 좋은가.

"신발을 벗으면 통증이 올 것 같지만 맨발로 걷다보면 하산 무렵부터 이상할 만큼 개운함이 온다. 발부터 열기가 올라오면서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다. 불면증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이튿날 일어날 때를 보면 전에 없던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지압효과다."

-매년 수억원의 관리비가 드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었나.

"2006년부터 14.5㎞의 길에 황톳길을 깔았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 걸었다. 걷기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술을 파는 회사이니만큼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문득 머릿속에 ‘에코(eco)와 힐링(healing)’ 두 개의 단어가 떠올랐다. 도시에서 벗어나 나무와 풀, 흙이 있는 자연을 한껏 즐기는 일이니 '에코'라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맨발로 숲을 걸으며 자연의 기운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니 '힐링'의 장소이기도 했다. 두 단어를 합친 '에코힐링(eco-healing·자연치유)' 브랜드는 그렇게 태어났다."

-사회공헌활동으로 보면 되겠나.

"황토를 깔고 피아노를 산으로 옮겨 숲속음악회 '뻔뻔(fun fun)한 클래식'을 여는 건 시민과의 호흡을 뜻한다. 난 늘 펀펀(fun-fun)을 추구한다. 펀펀을 합치면 뻔(ffun)이다. 마라톤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지만 맨발축제에 음악회까지 하는 것은 좋은 것을 남들과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이웃의 심신을 치유하는 건 '남는 장사'다. 경영의 목적은 단지 부를 축적하는 게 아니다. 기업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주말마다 4만~5만명이 몰리면서 상권에 훈풍도 불고 있다."

그는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맨발로 뛰었다. 계족산(鷄足山)의 족(足), 조 회장의 맨발(足)신화는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처럼 보인다. 맨발 달리기 캠페인을 하는 이유도 소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건강을 파는 회사라는 자부심 때문이란다.

-슬로건이 '사람과 사람 사이'다. 맥키스(脈+KISS)라는 이름도 직접 작명했다고 들었다. 이을 맥(脈)과 키스의 합성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는…. (그렇다면) 섞는다는 건 동화의 의미일수도 있겠다.

"음악서비스사업을 할 당시에도 슬로건이 '사람과 사람 사이'였다. 지금하고 있는 주류업이나 맨발걷기 역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다. 순리대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하다 보니 오늘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소리와 술은 결국 '흥(興)'의 콘텐츠가 아니던가."


-회장님을 가르치는 회장님이라고 불린다. 한 달에 네댓 차례 강연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비정상화의 정상화’도 조 회장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건 아니었을까.

"창조경제란 늘 보던 것을 달리 보는 것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머리만 복잡해진다. 발상의 전환, 역발상을 하라는 거다. 내가 전국에 불려 다니는 이유도 소주 파는 사람이 건강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신기해하는 것이다. 술장사와 건강은 아무리 결부시켜도 상식을 뒤집는 얘기다."

-취업난이 장난이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완곡하게 한마디 해달라.

"미래라는 것은 늘 불투명하다. 그렇지만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면 또 한 발이 나온다. 미리 좀 알려고 하지 마라. 미리 알면 재미가 없다. 남 의식하지 말고 자기답게 살았으면 한다. 다시 말해 '그저 그런 것(one of them)'이 되지 말라는 거다. 나만의 뭔가도 없이 그저 스펙만 쫓다보면 비참해질 뿐이다. 지금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주도하는 세상이다. 스스로의 장기를 찾아내야한다. 남들과 똑같이 산다는 건 낭비다."

-물에 담그면 상표가 떨어져 뭐가 뭔지 구별이 안 되는 그런 녹색 소주병 같은 삶을 말하나.

"그렇다. 전국에 있는 소주를 다 모아놓고 보라. 모두 다 녹색병이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나로 살면 인생도 우울해진다. 인생은 머리로 뛰는 게 아니라 맨발로 뛰는 것이다." 

-평소 궁즉통(窮則通) '불광불급(不狂不及)'을 화두로 삼는 것도 같은 개념이겠다.

"궁하면 통한다. 아니, 궁해야 통한다. 번듯한 직장을 나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진짜 궁했다. 궁하니 안 보이던 것이 보였다.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것을 찾아내는 역발상이 필요했다. 나만의 뭔가를 실현하려면 뭐가 부족한지 알아야한다. 궁은 빈곤과 갈망이다. 부족한 게 있어야, 하고 싶은 것도 있게 된다. 미쳐야 비로소 미칠 수 있다는 불광불급도 마찬가지다."

-(좀 딱딱한 질문 하나 하겠다) 기업 경영철학은 뭔가.

"역(逆)·창(創)·락(樂)…. 역(逆)은 말 그대로 기존의 발상을 뒤집는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기업일수록 남을 따라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먼저 시작한 쪽, 덩치 큰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처음에는 '미친 놈' 소리를 들을지라도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거부해야한다. 창(創)은 '창조'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된다는 확신을 갖는 것, 안 해도 괜찮지만 꼭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이 창조다. 락(樂)은 '즐거움'이다. 돈을 많이 번다고 좋은 회사가 아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고, 직원들이 좋아하고, 대중이 좋아해야 좋은 회사다."

-맥키스가 젊은 층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맥키스는 섞어 마시는 믹싱주다. 젊은이들 사이에 DIY, 핸드메이드가 유행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게 됐다. 소맥(맥주+소주)이 시대조류지만, 10년·20년 후엔 음주문화가 바뀔 수 있다. 맥키스는 멀리 보고 론칭한 제품이다. 소맥을 말아서 동일하게 건네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마시는 권리와 선택도 중요하다. 그렇게 변해가지 않겠는가."

-제2고향 대전은 어떤 의미인가.

"대전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대전의 전(田) 자를 보라. 입구(口) 자가 4개 모여 있다. 충청권, 수도권, 경상권, 호남권, 이걸 큰 입구(口) 대전(大田)이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대전이 한국의 입(口)을 책임진다는 의미 아닌가."

-대전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없을까. 모든 게 밍밍하다.

"오래전부터 구상한 것이지만 에코사이언스(eco-Science)다. 청정 환경과 과학도시 이미지를 결합시키면 대단한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자치단체장에게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 문화와 경제가 모이는 도시로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냥 내 바람이다."

-소주 회사 회장의 주량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예전엔 많이 마셨다. 소주회사 회장이라서 많이 마신 것은 아니고(웃음). 회사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가급적 과음은 피하고 일찍 귀가한다. 건배 구호는 하체 튼튼, 만사형통이다.”

-내년엔 사하라사막 마라톤에도 도전한다던데.

"7일간 250㎞를 달리게 된다. 사막은 낮기온이 50℃에 이르고 밤엔 7℃까지 내려간다. 극한이다. 말 그대로 인간한계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 마라톤은 '아름다운 중독'이기에 가능하다.”

조 회장은 나에게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사람이다. 난 조 회장이 만든 회사의 소주를 1년에 360병가량 마시고 있다. 그런데 그에게서 ‘건강함’을 배웠으니 약도 받은 셈인 것이다.

소주회사 대표와 두 시간동안 뛰고 걷고 대화를 나누면서 ‘첫술에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취하게’ 만드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다음번엔 소주 한 잔하자고 청해왔다. 그리곤 밝아오는 여명 사이로 또다시 뛰어갔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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