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홍성 구제역 축산농가 가보니
구제역 또 확산될까 두려워
설명절 고향방문 자제 호소
자식·손주 얼굴못봐 아쉬워
출하 앞둔 소돼지 판로 걱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기도

▲ 9일 오전 충남 홍성군 은하면 덕실리 구동마을 초입에 마련된 통제초소.

“자식들에게 이번 설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 지난 6일 구제역이 발생한 충남 홍성군 은하면 덕실리 구동마을 이병옥(60) 이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9일 찾아간 구동마을에는 영하권의 추운날씨 만큼이나 적막감이 감돌았다. 전날 이 마을의 한 돈사에서 사육중인 돼지 199마리를 긴급 살처분한터라 을씬년스러운 느낌마저 감지됐다.

마을주민들은 집에서 나오지도 않은채 이 구제역이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 마을거리는 한적했다. 이 이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구제역에 대해) 이야기 할 것도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장은 어렵게 말을 시작했다. ▶관련기사 3면

이 이장은 “방송을 통해 마을주민들에게 바깥출입을 되도록이면 금해달라고 말하면서도 한켠에는 씁쓸함이 있다”며 “4년전에 구제역이 발생한 뒤 더이상의 구제역이 없어 이번에도 잘 넘어가나 생각했지만…”이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이번 설명절 이야기를 꺼내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장은 “자식들에게 이런 상황이니 이번 설에 오지 말라고 통보를 했다”며 “마을 주민들에게도 사람들의 왕래를 최대한 적게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지키지 않으면 안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구동마을과 1.7㎞ 떨어져 있어 출입제한구역(3㎞내)으로 묶인 홍성군 은하면 대판리. 구동마을이나 이곳의 분위기도 침울했다. 거리마다 나온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설명절이 다가오는데 출하도 못하고…”라는 넉두리를 쏟아내며 긴 함숨을 내쉬었다.

대판마을 박영규 이장은 “3㎞안에 들었다는 이유로 제한구역으로 묶어만 놓고 대책이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우리 마을에서는 공주 등 타지역 작업장과 거래를 하는데 광천내 홍주미트에서만 작업을 하도록 묶어 놓으면 이곳에 거래하는 농가야 괜찮겠지만 판로가 없다. 설명절은 다가오고 출하는 해야 하는데 누구하나 이를 귀담아 듣는 곳이 없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들 지역에는 거점소독시설 6개와 이동통제초소 2개를 설치하고, 방역당국이 긴급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구제역이 발생하고 난 뒤다. 이제 더 이상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기를 축산당국과 방역당국 모두 한마음으로 염원하고 있다. 

이권영·전홍표 기자 gyl@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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