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률과 현실은 항상 딴판이라는 자조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취업자는 2559만명에 달해 2013년보다 53만명 늘어났다. 일자리 증가폭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컸다. 숫자만 보면 고용 대박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만 4만 5000명이 희망퇴직이었고, 취업자의 45%인 24만명이 50대(代)였다. 그나마 늘어난 것도 비정규직이 많다. 지난해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직장을 잡았다.

지속가능연구소와 대학생언론협동조합의 설문조사결과는 고용의 질과 채용방법이 얼마나 낙후한지를 보여준다. 대학생 10명중 8명은 취업시장서 능력보다 학벌이 중시되고 있으며 취업전망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다고 답했다. 집안사정이 상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67.3%는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다고 답했으나 하위계층 대학생들은 45.4%에 그쳤다. 이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구조화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됐음을 뜻한다.

일자리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며 숫자놀음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청년층 취업자 다수가 아르바이트, 인턴, 비정규직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계약기간이 끝나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직장을 잡은 청년 비중이 35%를 차지했다. 현재의 청년층 취업구조로는 결혼·출산·취업 등 3가지를 모두 포기한다는 이른바 '3포 시대'의 해법이 안 보인다.

다만 지난해 고졸취업자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에 위안을 얻는다. 대학 진학률이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고졸 취업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과잉 교육투자에 따른 국가와 가계의 재원낭비를 막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적성을 살려 일찍 자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진이나 직무배치, 정규직전환에서 여전히 불이익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전문기술이나 능력이 있다면 일자리에서 대우받아야 옳다. 학력은 과정이지 결과물이 아니다. 최근 대기업과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는 스펙을 초월한 채용 방식은 바람직한 변화다.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루면서 4년제 대학을 5~6년씩 다니고 취업 재수, 삼수를 하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진작 바뀌었어야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돈으로 만들어진 학력이 아니라 창의력과 도전정신, 끼를 갖춘 인재다. 스펙 대신 능력을 중시하는 채용은 학벌위주 사회를 허무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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