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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기별도 없이 배달된 K시인의 택배//두볼이 미어지도록 빨갛게 부풀어 오른//누르면/퐁/터질 것 같은/홍시 가득 담겨있다//몇 날 며칠이고 된서리 얻어맞고/ 떫은 맛 가시기를 기다려본 적 있는가/비로소 툭 터져 쏟아질 단내 흠씬 품었는가//그 흔한 쪽지 한 장/메모 한 줄 없어도/빛바랜 푸르른 날 붉디붉게 물들이던 쉰 두 살/그녀가 묻고 있다/떫어도 한 세상 아니냐고(윤현자 시인 '홍시')

한국시조시인협회원이자 충북시조문학회장, 뒷목문학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윤현자(55) 시인이 62편의 작품을 담아낸 '마흔아홉 붉은 꽃잎'을 최근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1부 '흰 가시꽃', 2부 '꽃보다 환한', 3부 '한 폭, 단풍 든', 4부 '흔들리며 깊어지다' 등으로 구성됐다.

1995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으로 등단한 윤 시인은 올해로 등단 20주년을 맞았다. 이번 시집의 제목인 '마흔아홉 붉은 꽃잎'은 그의 작품 '녹'의 마지막 구절이기도 하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우걸 이사장은 "이 시조집은 현실직시를 통한 고뇌 어린 긍정과 포용, 끊임없는 성찰의 미학에 닿는 치열하고 아픈 언어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며 "여성적 언어의 한계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정형시의 단정함을 지키려는 절제와 생략의 미를, 세상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그려내려는 치열한 몸부림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2002년 시조집 '그래, 섬이 되어 보면', 2003년 3인 공저 시조집 '차마, 그 붉은 입술로도', 2007년 시조집 '다문다문 붉은 꽃잎' 등을 출간했다.

박한샘 기자 p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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