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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의 모순(矛盾)

[나침반] 조재근 온라인뉴스부 차장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5년 02월 06일 금요일 제20면     승인시간 : 2015년 02월 05일 20시 16분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생님 손이 동수의 뺨을 내리친다. 영화 ‘친구’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명장면으로 꼽히며 회자되고 있다.

오래전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잘못을 저질러 선생님에게 매를 맞았던 그 시절, 그때 기억이 가장 생생하게 떠오른다. 매를 맞아 퉁퉁 부었던 얼굴과 다리의 아픔을 지금은 느낄 수 없지만, 학창시절 그 기억만큼은 진한 추억으로 남아 잊히지 않는다. 그때는 잘못하면 선생님에게 매를 맞는 것이 당연했다. 설사 억울하단 생각이 들어 부모에게 하소연해도 “맞을 짓을 했겠지”라는 대답뿐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자식이 맞았다는 소릴 들으면 부모는 더 아프고 화가 난다. 최근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폭행사건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아이를 둔 부모로서 동영상을 본 순간 가슴이 내려앉고 손이 떨릴 정도로 분노했다.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한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사각지대에 가려져 있던 아동학대 제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전과 충남지역에서도 최근 3년간 총 14건(대전 7건, 충남 7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대전경찰은 지난해 총 5건의 신고를 받아 3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나머지 1건은 공소권 없음, 또 다른 1건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아동학대 사건에 민심이 들끓자 정부는 대단한 것인 양 CCTV 설치 의무화와 보육시설 폐원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부 대책을 놓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설익은 대책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CCTV가 마치 범죄 예방을 위한 명약이란 인식이 깊게 배어 있는 듯하다. 물론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CCTV가 강력범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 전 네티즌의 공분을 산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은 CCTV 영상이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고, 사고 발생 19일 만에 뺑소니범이 자수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CCTV는 분명히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도 적재적소에 쓰였을 때 얘기다.

최근 대전지역 유치원에 설치된 CCTV 수를 조사해보니 설치율은 93%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으나, 얼굴 식별이 가능한 100만 화소 이상은 고작 16%에 불과했다. 얼굴이나 차량 번호판조차 구분하기 힘든 소위 ‘까막눈’ CCTV가 대부분이니 제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다.

일각의 얘기처럼 CCTV가 아동학대를 막는 방패와 같다면 이를 뚫는 창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CCTV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의 학대, 인권침해 논란 등이 바로 그것일 수 있다.

일부 그릇된 교사의 행동 때문에 마치 죄인이 된 심정으로 고개 숙여 눈물 훔치는 이들이 있다. 박봉과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맑은 웃음을 지켜주려 노력하는 사람들. 바로 보육교사들이다.

하지만 요즘 논란의 중심이 된 보육교사들은 “이제 마음 놓고 아이들을 안아줄 수도, 부모처럼 따뜻한 눈빛으로 밥을 먹여줄 수도 없다”며 또다시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을 안아주고 얼굴에 묻은 눈물과 얼룩을 닦아주는 모습도 마치 학대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CCTV는 창도 방패도 아니다. 그저 모습을 담고 저장하는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사람의 진심을 담아내는 그런 도구는 더더욱 아니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다면 고작 몸짓을 담아내는 CCTV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넘치는 그런 대책을 담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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