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진석 사회교육부장

청주대 사태가 다시 원점이다. 오히려 더 악화된 분위기다.

학교 측과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범비대위) 양측이 고소·고발 등 법적 분쟁을 벌이며 감정의 골만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양측은 공개토론회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토론회는 양측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총학생회는 토론회가 무산되자, 부총장실에 이어 기획처장실까지 점거했다. 그러자 청석학원은 '고소'로 맞대응했다. 김준철 명예총장의 동상 철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범비대위 대표를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범비대위 역시 맞고소로 반격에 나설 태세다.

청석학원을 상대로 학교 부실화에 따른 구성원들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은행 리베이트 불법 수수를 문제 삼아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맞서고 있다. 전형적인 감정싸움 양상으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학교 측과 범비대위는 지난 13일 공개토론회라는 형식으로 마주 앉았다. 하지만 '법인 전입금을 누가 지출하느냐'의 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렸다. 청석학원은 그동안 재단 측이 내야할 법인 전입금을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충당했다. 2013년 3월∼2014년 2월 기준, 청석학원이 내야 하는 법인전입금은 약 30억원에 달한다.

황신모 총장은 "대부분의 대학이 법인 전입금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청석학원의 수익구조가 열악해 법인 전입금을 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범비대위는 법인 전입금은 교비가 아닌, 자구노력으로 채워야 한다고 맞섰다. 박명원 총학생회장은 "청석재단은 원래부터 재정상황이 좋지 않았던 게 아니다. 김준철 전 명예총장 일가가 재단 소유의 수 백 억원대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열악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와 범비대위 양측은 지난 19일 다시 만났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범비대위는 법인 전입금 교비 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등록금 심의위원 동수 구성과 교수회의 학칙 기구화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선 학교 정상화, 후 법인 민주화'를 내세웠다.

그나마 양측이 공개토론회 무산 후 등록금 심의위원 재조정 문제를 놓고 물밑접촉을 이어가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학교 측과 범비대위 모두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작금의 청주대 사태와 관련해 학교와 범비대위 양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으로 촉발된 청주대 사태는 벼랑 끝 대치의 연속이었다. 대학 이미지는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한수 이남 최고의 사학을 자부하던 학교의 명예는 오명으로 얼룩졌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자 범비대위의 입장에 공감한 지역사회 원로와 오피니언들이 가세, 마침내 김윤배 전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의 사퇴에도 학내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범비대위는 계속해 학교 측을 압박하고 있다. '벼랑끝 전략'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러다 양측 모두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땅바닥으로 추락한 학교 명예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회복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와 범비대위 양측 모두에게 통 큰 양보를 촉구한다. 학교를 먼저 정상화한 뒤, 첨예하게 얽혀있는 현안을 풀어보면 어떨까.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뜨거운 감자는 '대학구조개혁'이다.

이를 정면 돌파하고, 청주대가 한수 이남 최고의 사학으로 다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작금의 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다 청주대 전체가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다. 다시 한번 촉구한다. 양측의 통 큰 양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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