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생수'라고 불리는 음용수가 우리 사회에 본격 보급된 것은 대체로 1988 서울올림픽과 1989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외국과의 문물 교류가 급속화 된 즈음이라고 기억한다. 마침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던 시기였는데 석회질이 함유되어 수질이 좋지 않은 유럽국가에서 상용하는 시판 병입생수가 우리나라에도 본격 도입된 것이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국민들의 갈증이 전보다 심해졌는지 이제는 생활상비품이자 각종 회의, 행사, 공연 스포츠 관람은 물론 강의실에도 한 병씩 들고 오는 필수품목이 되어 엄청난 시장규모로 성장하였다. 예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거나 볶은 보리, 옥수수를 넣어 끓여마시던 습관이 페트병 음용수로 대체되면서 일상의 풍속 또한 크게 바뀌어 갔다.

어마어마한 양의 지하수는 그동안 어디 꽁꽁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나싶게 소비되는 물의 양이 엄청나다. 이렇게 물을 마구 뽑아내도 수자원 고갈은 없는 걸까. 더 이상 생수를 채취되지 않는 곳의 사후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폐공을 무단 방치하여 오염물질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가 되는 건 아닐까. 수거하여 재활용한다지만 곳곳에 버려지는 페트병의 환경오염은 어느 정도일까. 간편하게 마시는 생수의 신선함 뒤로 이런저런 우려가 따라온다.

금수강산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도 이제 물 부족 국가의 대열로 옮겨갔다. 수입제품이나 해양심층수 같은 특별한 이름을 내건 생수가격은 웬만한 한 끼 식사보다 훨씬 비싸다. 이렇게 흥청망청 물을 쓰다간 언젠가 어쩔 수 없이 비싼 물을 수입해 먹어야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KTX 열차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생수는 300여㏄에 700원을 받아 휘발유 값보다 훨씬 비싸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은 이제 목마르면 금값이라도 사먹는다는 말로 바뀌어 가고 있는가.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학 학장·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