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박연수 충북도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충북도계 탐사를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할까 한다.

최근 충북 보은읍 종곡리에서 미원면 어암리까지 걸어가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보은은 아직도 민중들의 고단한 삶으로 이어지는 동학 농민혁명이 끝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인간평등과 자주 국가를 외치던 그 함성이 여명과 함께 북실마을을 깨웠다. 살아남은 동학도들이 빠져나간 구룡치(九龍峙)와 무쇠령(수철령·水鐵嶺)의 서쪽에 새로 만들어진 임도를 따라 걸어갔다. 이곳 임도는 주민들의 산림소득 증진과 산불예방을 위해 2010년에 완성된 임도로 산외면 백석리로 이어졌다. 블루베리 농장과 버섯재배 하우스를 지나 참나무 숲 군락지로 올랐다. 참나무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우리나라 숲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참나무에서 서민의 향기가 느껴졌다. 고개에 오르니 땀으로 얼룩진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입맞춤을 한다. 자연은 사람의 땀마저 감싸고 닦아준다. 산외면에 들어섰다. 한남금북정맥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청주의 상당산성, 증평의 좌구산을 거쳐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 김포의 문수산으로 이어진다. 한남정맥과 태안반도 지령산을 지나 안흥진 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흰돌마을이라 불리는 백석1리는 31세대 69명이 거주하고 있는 전형적 산간 농촌마을이다. 샘은 뒷산 유방혈의 두 젖무덤에서 발원해 힌돌부락 사람들의 풍요와 건강을 지켜준다. 샘은 물맛이 좋고 유량도 풍부해 300년동안 마른적이 없어 이웃마을의 시샘을 받아 왔다. 50년전만해도 정월이면 장갑리(나맥이 부락) 마을에서 물을 뺏으려 했다. 이를 물다르기(물 빼앗기)라 하는데 우리 마을의 민속놀이로 전승되고 있다.

575지방도를 가로질러 삼부평(三富坪)마을. 삼부평은 세 사람의 부자들이 우애 있게 살았다고 '삼부평'이라고 불렀다. 마을 앞은 달천이 바위 절벽을 휘감아 돌며 큰 소를 만들고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달천(達川)은 속리산 청법대(1027m) 아래에서 발원해 충주시 칠금동과 금가면 창동리에서 한강과 합류하며 127.9㎞의 생을 마감한다. 삼부평교를 넘으니 대추연구소가 나온다. 달천(達川)은 수많은 관광지와 역사의 길을 따라 흘러간다. 지방 2급 하천으로 시작해 법주사와 정이품송을 품는다. 속리를 벗어나 산외에 이르러 장갑리와 삼부평마을에서 큰 소를 이룬다.

미원에 들어서며 옥화구곡이라는 빼어난 절경을 만들어 조선시대 성리학자이자 예언가인 서계(西溪) 이득윤(李得胤·1553∼1630)을 만들어낸다. 청천에서 신월천과 만나 후평리에서 큰 세를 과시하며 이기붕을 탄생시킨다. 화양천을 만나 칠성에서 우리나라 1호 수력발전소인 괴산댐을 만든다. 연풍면 분지리에서 흘러내리는 쌍천과 합류해 지방 1급하천으로 격상한다. 괴강을 지나 감물면 불정 너른 들판의 젖줄이 된다. 충주로 들어서며 달천이 빚어 놓은 팔폭병풍 수주팔봉(水周八峰 493m)을 휘감아 돈다. 수안보에서 내려오는 석문동천과 합류하며 국가하천으로 격상하고 충주시 칠금동과 금가면 창동리에서 한강과 합류하며 127.9㎞ 생을 마감한다. 충북에는 그만큼 아름다운 마을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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