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규 전 육군 제1야전군사령관
<충남 논산 출신>
구타·가혹행위 반드시 근절해야
‘군기’유지는 간부들 역할이 중요
군가산점 획일적 평등주장 잘못
국방예산 부족 모병제 시기상조

▲ 충남 논산 출신 박성규 전 육군 1군사령관은 구타 등 군내 가혹행위를 근절하면서 군의 생명인 '기강'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군 간부들의 의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성규 전 육군 1군사령관이 충청투데이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김홍민 기자 hmkima@cctoday.co.kr

군(軍)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은 지난해 총기난사 사건과 구타사망사건으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우리 군은 과거에도 구타 방지를 위해 노력했고, 총기사고 예방을 위한 병영문화 개선에 주력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동

시에 일부 전역자들은 "요즘 군대가 사고예방에만 치우쳐 과거에 비해 기강이 너무 해이하다"고 지적한다.

군기가 살아있으면서도 사고가 없는 군대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런 질문에 박성규 전 제1야전군사령관은 군 간부(하사 이상)의 역할에 해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지난해 12월말 서울 용산구 박 전 사령관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일문일답.

-40여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여주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데 최근 근황은.

“지난 2013년 9월말 육군 제1야전군사령관을 끝으로 군문을 나왔다. 전역한지 1년여 밖에 안 돼 교수라는 직책이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생소할 때도 있다. 

아직도 제 몸에 군인의 체취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생도시절을 포함해 41년 3개월간 군 생활을 하며 4성 장군까지 진급한 것은 군과 국가로부터 큰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답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여주대에서 석좌교수와 군사문제연구소 고문, 총장 자문 등 3가지 직함으로 활동 중이다. 

아울러 대학뿐만 아니라 외부 강연을 통해 젊은이들과 공무원들의 국가안보 인식과 국가관 확립에 매진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제 강의에 공감할 때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현역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인가. 아울러 지휘관으로서 '좌우명'과 부대 운영의 기본 원칙은 무엇이었는지도 설명해달라.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 발생 당시 소령으로 공수부대(특전사)에서 근무 중이었다. 우리 군은 북한 소행에 대한 응징·보복을 위해 작전팀을 조직했고, 제가 팀장에 임명됐다. 팀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유서 작성은 물론 손·발톱과 머리카락을 남기고 격리지역에서 3개월여 비밀훈련을 했다. 저에게 부여됐던 당시 임무를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군인으로서 최고의 가치는 책임완수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저는 현역시절 손자병법의 '전승불복 응형무궁(戰勝不復 應形無窮)'을 강조했다. 이는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반복되지 않으므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다시 승리하기 어려우니 끝없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인화단결을 중요시 해 부대원들에게 맹자의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를 항상 주문했다. 이 말은 '하늘이 주는 좋은 때는 지리적(地理的)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적(地理的) 이로움도 사람의 화합(和合)만 못하다'는 뜻이다. 이 두 고사성어를 기본으로 부대를 운용했고, 이를 통해 임무태세 완비와 군대다운 군대의 모습을 유지하는데 노력했었다.”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계기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출범해 활동 중이다. 구타 등 군내에서 가혹행위를 근절하면서 군의 생명인 '기강'을 유지하는 방안이 있다면.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근절해야 한다. 동시에 군의 생명인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간부들은 입대한 병사들이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제대 후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특히 부대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간부들이 먼저 군기 있는 모습을 보이는 솔선수범을 실천해야 한다. 부대관리의 핵심은 모든 사안을 규정과 방침대로 운영하는 것이다.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활동 포인트도 병사가 아닌 간부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 가정이 변화하려면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하듯이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간부들의 의식이 먼저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 간부는 '책임은 나에게 공은 부하에게'라는 열정으로 복무해야 한다. 군기가 확립된 부대, 관리가 잘된 부대는 구타 등 사고가 없고, 부대 전투력도 강하며 사기가 충천돼 있다고 경험을 통해 확신한다.”

-최근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군 복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한 병사가 취업할 때 만점의 2% 이내에서 '군복무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군 가산점 제도'는 과거 여성단체들의 반발도 있었고, 특히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폐지된 제도라는 점에서 향후 추진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군 복무로 개인의 삶 일부를 희생하고 국가에 봉사한 젊은이들이 제대 후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유일한 분단국가로 총칼을 겨누며 대치중인 우리나라의 특수상황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군 생활을 한 것이다. 

하지만 병역을 마친 젊은이들이 취업준비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징집제도를 현재의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이에 대해 예산문제로 시기상조라는 반대도 있다. 징집제도의 변화요구에 대한 견해는.

“모병제 추진에 대해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예산문제다. 국방예산의 세계 평균은 국민총생산(GDP)의 2.4~2.9%인데 우리나라는 분단국가 상황임에도 그 최저점인 2.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적과 대치중인 상황에서 이런 예산으로 모병제를 실시한다면 최소한의 병력유지가 어렵다.

모병제 도입의 근본취지는 군대 내에서의 사고를 줄이기 위함이다. 모병제를 도입한 미국과 일본의 사고율이 우리보다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5년 전 일본 방위청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대한민국은 병력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자기나라보다 사고가 적은가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우리 군이 사고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결과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군이 함께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통일은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아울러 우리는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통일 시기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사실 북한의 정치, 사회 구조는 나름 내구성을 갖고 있어 70여 년간 정권을 유지한 것이다. 특히 북한은 주체사상이란 종교국가로 유훈통치가 가능하고 동시에 철저한 감시통제와 우상화에 길들여져 있어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능력이 없다. 이런 이유로 통일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독일 통일 1년 전인 1989년 방한한 독일총리가 '내 생에 독일 통일을 못 볼 것'이라 말한 것처럼 통일은 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닥칠 수 있어 항상 준비해야 할 과제다. 북한은 인권탄압과 핵개발, 세습 등 세계사에 역행하며 붕괴를 자초해 언젠가는 분명히 통일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통일한국의 모습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개념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평화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상황은 불완전한 반쪽짜리 평화상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북한이 다시한번 도발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평화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규 전 사령관은>

박성규 전 사령관은 1952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해 논산대건고등학교와 육군3사관학교(10기),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군 복무 중 제1강습여단장, 11사단장, 7군단장, 육군교육사령관, 육군 제1야전군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특히 3사관학교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1군 사령관에 오른 케이스다. 군(軍) 복무시 대표적 작전통으로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부하사랑이 남달랐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서울=김홍민 기자 hmkim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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