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블랙리스트 1만여명
우울증·유산사례 다수 발생
이미지 우선 적극대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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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돈 계산 잘못 됐다며 임산부한테 욕을 하거나 겁을 주기도 해요… 극심한 스트레스로 유산하는 일도 많고요”

최근 ‘갑(甲)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의 오래된 고객횡포 문제도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악성 민원인을 지칭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의 무리한 행동들이 금융종사자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각 은행들이 별도로 분류하고 있는 블랙컨슈머는 1만여명에 달한다.

은행권의 고객횡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사례도 상당하지만, 겉으로 알려지기 꺼려하는 금융권 특성상 그대로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게 업계측의 설명이다.

결국 블랙컨슈머를 피할 길이 없는 종사자들은 온갖 횡포를 당하고도 참고 또 참아야하는 근무환경 속에 놓여있는 셈이다.

게다가 은행은 각 지점의 창구를 통해 고객과 1대 1로 얼굴을 맞대고 있다는 점에서 종사자들의 스트레스는 극심한 상황이다.

실제 지역 시중은행 지점 근로자 대부분은 고객에게 욕설 등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많았다.

직장동료나 고객들 앞에서 큰소리로 신체 등을 모독하는 발언을 듣거나 일부 여성은 성희롱을 당한 경험도 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직원들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임산부들의 유산경험도 다른 직종에 비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금융종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민원이 발생해 금융당국에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은행은 고객서비스(CS)부문에서 평가 점수를 낮게 받게 된다.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 블랙컨슈머를 응대하지 못하는 이유다.

또 민원을 발생시킨 직원도 자체적으로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게 돼 고객의 갖은 횡포에 웃고 넘길 수밖에 없는 것이 금융계 현실이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악성민원을 은행 민원발생 평가항목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종사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더욱 보완돼야 하는 실정이다.

지역 한 금융권 관계자는 “종사자 입장에서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들어온 취객도 은행에 들어온 이상 결국 고객일 수밖에 없다”며 “직원을 보호하기 보다는 이미지 훼손에만 집착하는 금융사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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