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정경부장

중국의 혼란기인 춘추전국시대에 오나라 합려(闔閭)를 섬기던 손자는 싸움의 고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임금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군사를 일으켜선 안 되고, 장수는 화가 난다는 이유로 싸우려 들면 안되며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지만 이익이 안 되면 그만둘 일이라고 했다.

연초부터 충북도가 집안싸움에 시달리고 있다. 도백인 이시종 충북지사는 4%경제 성장을 선언하고 충북의 100년 먹거리 산업인 청주MRO사업과 ‘2015 괴산유기농엑스포’ 준비현장을 다리품을 팔며 다니고 있는데 가족들은 ‘쉬고 싶다’, ‘좋은 자리 달라’고 아우성이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던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결별을 선언하고 제 살길을 찾아 떠났다.

이에 대해 집안의 어른은 신년 인사차 들른 자리에서 열정이 부족한 충북도의 탓이라며 바른 소리를 하고 가셨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 지사의 친정식구들이 나서 두둔하고 나섰다. ‘사실 KAI와는 2년간 계약 연애를 했는데 진정성이 부족해 보였고 애시당초 결혼생각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중요한 시기에 ‘집안의 어른이 덕담이나 하고 가실 일이지 과거사 꺼내 집안 시끄럽게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복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도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형제, 자매들이 좋은 자리 달라 아우성이다.

공무원 노조는 지난 12~13일 하루가 멀다 하고 도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도가 가축 돌림병이 돌아 확산을 좀 막아보자고 통제초소를 늘리고, 자원봉사자들(지역주민 포함)이 함께할테니 손잡고 정해진 근무시간에만 근무 좀 하라고 하자, ‘실효성 없는 전시행정'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여기에 도내 11개 시·군에 내려 보내는 도의 부단체장 인사교류 시 ‘시·군 모두 4급 서기관으로 해야지 격에 맞는다’며 인사행정의 정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실 공무원 노조의 주장은 일정부분 맞는 것도 있다. 도가 관련 법과 규정을 어겨가며 관행처럼 해온 시·군과의 부단체장 인사교류가 어느 한편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져선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더 이상의 구제역 확산을 막아보자는 심사로 통제초소를 늘리고 정해진 근무시간에 근무하라고 배치한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사로 보인다. 설령, 이것이 정당한 주장이라 할지라도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충북도의 현재 입장에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충북은 전체적으로 위기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휩쓸고 지난 뒤 청정 농축산물 생산지였던 충북도의 옛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당한 시일동안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우리 축산농가들의 애환도 한번쯤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얼마 전인 지난 13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MRO(항공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으로 외국계 회사 투자비율을 49%에서 30%까지 낮춰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완화해 주는 방안을 보고했다. 더불어 민간투자방식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을 통해 추진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 계획대로라면 충북도는 MRO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앞으로 경남 사천은 물론 충남 서산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충남 서산은 최근 군비행장에 민간항공사 유치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과연 우리가 ‘도민역량’을 모아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