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 정치팀장

최근 충청권 정치인들이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차기 대권후보에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차기 총리 내정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 박병석 의원은 차기 국회의장으로 지목받고 있고, 홍문표 의원과 이상민 의원은 각각 국회 예결위원장과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들은 경상권과 전라권으로 대변되는 한국 정치의 큰 줄기속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동시에 각 정당의 스타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기대를 받는다.

특히 안 지사와 이 대표는 차기 대통령과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한 반면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정은 만감이 교차한다.

우선 그동안 경상권과 전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충청권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시각이 하나이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할 뿐 지역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하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우호적인 시각에서 보면 중앙부처와 국회 내에서 충청권 정치인들이 세를 결집해 소외받았던 충청권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충청권 자치단체에서 올린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이 용이해지고, 각종 국책사업에서도 타 지역에 비해 우선순위를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이해관계가 이 주장의 근거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 따르면 지역 정치인들을 절대 흠집내서는 안 되며, 작은 비리나 정책적 판단미스는 그냥 눈 감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지역민들은 "그동안 지역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이 수십년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지켜보지 않았느냐"며 "지역 정당을 이끌었던 수장을 비롯해 국회의장, 다선 국회의원들이 지역을 위해 일했는지,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일했는지 똑똑히 보고서도 아직도 속을거냐"고 반문한다.

무엇보다 지난 이명박 정부때부터 계속된 외국과의 잇따른 FTA체결, 구제역, AI(조류인플루엔자) 발병 등으로 지역 축산·농·어업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과연 이들이 누구를 위해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였는지에 대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이 같은 시선 뒤에는 지역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는 인식에서 기인하며, 국회의원의 역할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대변한다.

실제 대전발전연구원이 시민들을 상대로 선거구 증설과 관련한 2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선거구 증설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여론'이라는 무기를 배경 삼아 선거구 증설을 도모하겠다는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결국 시민들 대부분이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에 의문을 표시하며, 반대의견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농촌과 도시권의 심각한 빈곤문제와 함께 공동체 붕괴 등이 맞물리면서 사회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대응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몇몇이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지만 갈수록 고령화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지역적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부터라도 고민하고,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다. 이를 위해 정치가 필요하고, 정치인에게 국민 혈세가 지급되는 이유다.

이제 자신의 입신양명이 아닌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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