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갑(甲)질 사회'
2. 감정노동자의 눈물
인격무시·폭언 경험 80%
우울증, 자살시도로 이어져
악성 민원인 처벌강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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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당장 사과하지 못해? 내 말을 따라해 보라고… 안그러면 당장 짤라버릴테니까.”

대전 A사 콜센터 직원들은 매일 반복되는 악성민원인과 입씨름에 오늘도 가슴을 조린다.

기업의 첨병에 서서 각종 민원인들의 화풀이를 다 받아내는 콜센터 직원들은 늘 정신적 스트레스를 달고 지낸다. 우리는 이들을 ‘감정노동자’라고 지칭한다.

노동환경기업연구소와 한명숙 민주당 의원이 2013년 발표한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10명 중 8명은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거나 인격무시, 욕설 등 폭언을 들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신체적 위협(43.4%), 성희롱·신체접촉(29.5%), 폭행(11.8%)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38%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우울상태에 빠져 있고 30.5%는 자살충동을 4%의 응답자는 실제 자살시도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과 을의 사회구조가 노동자들의 마음까지 병들게 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사정은 2년이 지난 현재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궁여지책으로 감정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치유공간과 상담사를 위한 상담인력을 채용해 운영 중이지만 역부족인 현실이다.

사례를 살펴봐도 상담사가 불친절하게 안내했다며 특정 상담사를 해고시켜달라는 항의부터 안내와 무관한 상담사의 말투와 억양을 꼬집으며 인신공격까지 일삼는 민원인들까지 다양했다.

일반기업 콜센터 외에도 대리운전 콜센터도 업무특성상 취객을 상대하다보니 폭언과 욕설을 듣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콜센터에서는 이런 악성민원인들에 대해 ‘VOC(Voice Of Customer)’ 전담석을 운영하는 등 상담사의 피로도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누군가는 이들을 응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상담사에 대한 정신적 치료는 물론 상호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시급히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객이라는 이름아래 콜센터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신체적 피해 뿐만 아니라 욕설과 인신공격도 심각한 폭력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성교육과 사회적 장치는 물론 폭언을 일삼는 악성민원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

한인임 기업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이웃나라 일본은 기업이 악성민원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편지를 보내는 등 문제점에 대해 적극 대처하고 있다”며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는 건강한 소비자 운동 캠페인을 펼치는 등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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