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광림한의원 원장

우리의 전래 동화인 '별주부전'의 첫머리에는 용왕님의 병에 대한 당시 의사의 소견이 잠깐 소개된다.

"용왕님의 병은 너무 편안하게만 지내시고, 온갖 기름진 음식만을 너무 많이 드셔서 생긴 병입니다. 백약이 무효입니다."

한의학적으로 생활습관에 문제가 발생해 기운이 손상된 것을 '노역(勞役)'이라고 이름한다. 이런 노역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너무 일을 심하게 해 생기는 과로상(過勞傷)과 너무 게으른 생활을 하게 돼 발생하는 과일상(過逸傷)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과로상에 대해서는 많은 신경을 쓰는 반면, 과일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의 건강을 해치는 적에 대해서 어떤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그 원인으로 들기도 하고, 어떤 이는 과음이나 흡연을 그 원인으로 들기도 하며, 혹은 지나친 업무량을 그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지 않고 주변 환경 탓만을 한다는 데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무엇보다 현대인 건강의 가장 큰 적은 편안함만을 찾으려는 안일한 생활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활어를 운반하는 수족관에는 항상 활어의 천적을 같이 넣어 둔다고 한다. 그런 경우 활어들은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게 돼 긴 시간 여행에도 활발하게 활동을 계속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결심이 부족해 금연, 금주의 약속을 계속 깨게 되는 사람들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면서 지속적인 운동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실이다.

요즘 신문의 건강광고를 보면 현대인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오히려 부추기는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먹기만 하면 살이 쑥 빠져요", "힘들게 뛰실 필요 없이 누워서만 운동효과를…" 등. 물론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의 건강 정보라도 활용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광고들이 그렇지 않아도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습관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을 감출 수 없다.

명대(明代)의 유명한 의사(醫師)인 장경악(張景岳)은 인생을 그냥 자기 편한대로만 살게 된다면 결국에는 죽음으로 향하는 냇물에 노 없는 배를 타고 그냥 흘러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는 늘 물이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대부분의 성인병들은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생활습관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강에 투자를 하려 한다면 너무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게으른 생활습관에 젖어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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