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이자 형이고 오빠이며 아버지
가족위해 평생 자신만을 희생하는
우리네 아버지의 고단한 삶이야기

괜찮다. 다행이다. 차가운 땅 바닥에 책이 내팽개쳐져 찢어져버려도, 부서지는 광석의 파편에 속절없이 몸을 맡겨야 함에도, 한 뼘 가량 줄어들은 한쪽 다리 때문에 이제 너와 보폭을 맞춰 걸을 수 없음에도, 우리 집 자랑거리 내 남동생이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멋모르고 철 없는 내 여동생, 남들에게 꿀리지 않는 예쁜 웨딩드레스 입혀주려면. 흐르는 세월에도 마르지 않는 내 어머니의 눈물 닦아주려면. 

사랑하는 내 가족들에게 가난 대신 따뜻한 보금자리 선물해주려면.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애써 잊는다.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자신보다 가족의 안녕을 위해 달렸던 치열하고 고달픈 삶. 

가장 평범한 아버지가 전해주는 가장 위대한 이야기.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았던 우리 아버지들에게 이제야 그 고마움을 전한다. 영화 ‘국제시장’이다.

영화의 자세한 줄거리는 이렇다. 1950년 한국전쟁을 지나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한국에 돌아와 영자와 결혼한 덕수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도 가난하던 그 시절, 덕수는 막냇동생 '끝순(이슬기 분)’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되는데….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 성함인 ‘윤덕수’를 따 주인공의 이름을 붙였고, 또 자신의 아버지를 모티브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화의 타이틀이기도 하면서 주요 배경이 되는 장소로 ‘국제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윤 감독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사에 알맞은 공간을 고민하다가, 과거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현재까지 서민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일상의 소박한 꿈과 희망이 움트는 공간이기도 한 부산 국제시장을 선택하게 됐다”며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126분. 12세 관람가.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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