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대환 교육문화팀장

①벼슬은 하되 진사 이상은 하지마라 ②만석 이상의 재산은 쌓지마라 ③흉년기에는 땅을 사지마라 ④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⑤사방 백리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⑥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1600년대초 경주지방에서 처음 가문을 일으킨 최진립 장군에서 상해임시정부에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이며 영남대학의 전신인 대구대와 청구대를 설립한 교육사업가로 우리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최준까지 10대에 걸쳐 300년동안 거부로 살아온 경주 최부자집의 가훈이다.

‘부자 3대 가기 어렵다’는 옛말과 달리 최부자집이 300년간 부를 누릴 수 있었던 비밀이 바로 이 육훈(六訓)에 있다.

그 첫번째 교훈은 양반신분은 유지하되 권력과는 거리를 두라는 뜻으로 재벌가의 총수 또는 그 일족들이 명예를 위해 또는 더 큰 부를 위해 정계에 입문하는 근래의 모습과는 상반된다.

만석 이상의 재산을 쌓지 말라는 두번째 교훈은 충분한 부를 축적했다면 더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사회에 환원하라는 의미다. 이 역시 거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자회사를 늘려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오늘날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세번째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말라는 교훈은 남들의 고통을 부의 축적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양심의 경영철학이라 할 수 있다.

네번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는 교훈은 활빈당 사건 등 사회적 혼란기에도 최부자집 일가가 화를 면하고 부는 물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또 사방 백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다섯번째 교훈은 서구에서 흔히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일맥상통 한다.

그리고 여섯번째 시집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으라는 가르침은 부를 드러내지 말고 검소하게 살라는 뜻일 것이다.

이 여섯가지 교훈(六訓)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주 단순한 양심의 이치를 따르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어렵지 않게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최근 이슈가 되며 전국민적 공분을 산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을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부자들이 최부자집 육훈과는 정반대되는 삶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별다른 노력없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부가 마치 무슨 벼슬인냥 부하직원을 무시하고 ‘갑질’을 해대는 재벌 2세, 3세들을 보면 최부자집의 육훈(六訓)이 아니라 육‘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은 커녕 복수를 운운하는 철없는 자녀를 둔 재벌 총수라면 잘못을 감싸줄 것이 아니라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최부자집 육훈을 가르쳐야 하는 게 옳다. 부의 많고 적음을 신분의 높고 낮음으로 착각하고 부하직원들을 ‘우리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월급주는 사람’쯤으로 천시한다면 그 부를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전임직원의 땀방울로 일군 회사로 인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면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당연하다. 육훈 대신 육‘갑’을 떨고 있는 졸부들은 ‘부자가 3대 가기 어렵다’는 옛말을 허투루 듣지 말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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