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 없어 거리로… “비싼가격 내고도 죄인 취급”

▲ 담뱃값 인상과 음식점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자들이 건물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7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커피숍 테라스에서 손님들이 흡연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1. 10년 넘게 담배를 피워온 직장인 이모(36·서구 가장동) 씨는 최근 금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올해들어서면서부터 커피숍과 음식점 등이 전면 금연지역으로 정해지면서 마땅히 담배를 피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담배 피운다는 죄로 세금은 세금대로 많이 내면서 죄인 취급까지 받다보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며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2. 애연가인 김모(65·동구 효동) 씨도 정부의 금연정책에 불만이 높다. 김 씨는 “세금을 잔뜩 붙여 담뱃값을 올려 팔면서 피울 곳은 없애 버렸다”라며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금연정책을 편다면, 차라리 담배 판매를 전면 중지시켜야 하지 않느냐. 

결국 금연정책은 포장이고, 세금 더 걷어들이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흡연가들이 새해부터 한 겨울 칼바람과 씨름 중이다. 

정부가 음식점과 커피숍 등 웬만한 건물에 대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담배 한 모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흡연가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수은주가 영하권에 맴돌던 7일 오후 12시 30분 경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인근 커피숍에는 갓 식사를 마친 듯한 30~40대 회사원 5명이 커피를 뽑아들고 커피숍 테라스에 나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들 중 박모(38) 씨는 “이 커피숍은 흡연실이 있어서 자주 왔는데 올 들어 없어졌다”며 “오늘처럼 추운 날 담배를 밖에서 피워야 한다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불평했다. 다른 일행 역시 “담뱃값이 2000원 가량 대폭 인상됐지만,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커피숍 직원 박 모(22) 씨는 “(매장 안에서)담배를 피울 수 있느냐고 묻는 손님이 많다”며 “흡연실이 없어지고 나서 손님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커피숍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커피숍 출입문 인근에서 20~30대 남성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커피숍 한쪽에 별도로 운영되던 흡연실이 사라지면서,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운 뒤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커피숍 입구에는 흡연자들이 내뿜은 담배 연기와 버려진 꽁초들로 어지러웠고, 커피를 사기 위해 입구로 들어가려던 남성 비흡연자들과 여성들은 고개를 숙인 채 코를 막고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세금만 더 걷고 흡연공간을 갖추거나 금연을 지원하는 등 흡연자들을 위한 대책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의 금연정책에 따라 금연구역 위반 시 흡연자는 과태료 10만원, 식당업주는 횟수에 따라 1차 적발 시 170만원, 2차 330만원, 3차 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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