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매주 금요일 만나는 ‘인향만리’
노숙인·경찰·아파트 관리원등
사회봉사·장기기증·인명구조
2년 동안 90여건 사연들 소개
감동·웃음… 독자들 반응 좋아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찬찬히 곱씹어보면 그들의 인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지난 삶을 돌아보면 저마다 남다른 우여곡절을 갖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다. 성공한 삶을 통해 이름을 알린 사람만이 남다른 인생의 굴곡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보통사람, 가까운 우리 이웃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 모두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처럼 사람 냄새는 세상 그 어떤 향기보다 멀리 퍼지고, 오래도록 기억된다. 유명 인사라고 해서 모두 좋은 향기를 내는 것은 아니다. 진하지만 오래가지 않은 향기도 적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듯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미 넘치고 은은한 향기를 지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충청투데이가 전하고 싶은 ‘인향만리(人香萬里)’다.

◆매주 금요일에 만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2013년부터 충청투데이가 연중 기획 보도한 ‘인향만리’는 매주 금요일 지면과 온라인(www.cctoday.co.kr)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사람의 향기가 만리 밖까지 퍼져 나가는 멋진 세상’을 위해 기획된 ‘인향만리’는 그 이름처럼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따뜻한 글귀로 아파트 층간소음 분쟁을 사라지게 만든 아파트 관리원(경비원) 이희선 씨 이야기부터 유도를 전공한 교사가 소프트볼 국제 심판이 된 기막힌 사연도 ‘인향만리’ 소재가 됐다.

10년간 아름다운 작별을 돕고 있는 호스피스병동의 조수민 파트장 사연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고, 한국인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 외국인 교수 가브리엘 씨의 이야기는 진정한 희생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사연도 ‘인향만리’를 채웠다. 잘나가던 강남 사모님에서 충남 시골마을 부녀회장이 된 김금순 씨 사연은 농촌의 희망을 느끼게 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수목 전정(剪定) 특허’ 보유한 박태수 씨의 40년 나무 인생 사연부터 경로당 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을 보고 50세를 넘긴 나이에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각설이 품바’된 정일품 씨의 이야기는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벌써 9년째 쌀과 야채, 과일 등 먹을거리를 전해주는 천사 야채가게 사장의 이야기는 물론 화재 현장에서 굴삭기를 타고 올라가 30대 여성과 아기를 구출해낸 경찰관의 사연도 깊은 감동을 남겼다.

이렇게 2년여간 ‘인향만리’에 소개된 아름다운 사연은 모두 90여건에 달한다. 지면 뿐 아니라 온라인 기사를 통해 전해진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는 매주 조회 수 상위에 랭크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사연 때문일까? 매주 금요일 충청투데이 아침 신문은 그 어느 날보다 향기롭고 포근했다.

◆‘인향만리’로 알려진 진정한 ‘인향만리’ 주인공들

‘인향만리’로 사연이 알려진 가슴 따뜻한 주인공들은 저마다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곳곳에서 전해진 응원의 메시지로 전보다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하면, 한 대학교 봉사동아리는 ‘인향만리’ 보도 이후 국제기호기구가 주관하는 봉사활동 참여를 계획하는 등 더 큰 도전을 준비 중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선행과 따뜻한 사연이 ‘인향만리’를 통해 소개되면서 각종 단체의 표창을 받은 주인공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TV방송과 라디오 등에 출연해 그들의 인생 사연을 들려준 주인공들도 있다.

‘인향만리’ 사연의 주인공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노숙인에서 요양보호사로… 감동의 노숙인 이동기 씨

노숙인재활시설에서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지금은 당당한 ‘다비다의 집’ 소속 요양보호사로 거듭난 이동기(33) 씨. 지난해 6월 ‘인향만리’를 통해 가슴 절절한 인생역전 사연을 전한 이 씨는 ‘인향만리’ 보도 후 KBS와 EBS 등 방송매체에서 집중 조명됐다. ‘자활의 상징’으로 거듭난 이 씨의 사연이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눈물을 모은 순간이었다. ‘인향만리’ 보도 이후 ‘이동기’라는 이름 석 자도 의미가 남달라졌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자강의 집’에서 이 씨의 뒤를 좇아 2명의 노숙인이 요양보호사로 재탄생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추석에는 그동안 소원했던 어머니를 찾아뵙고 누나와 대화를 나누는 등 자신의 과거와도 마주하고 있다. 이 씨는 “부끄럽지만 나를 통해 많은 사람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충청투데이 인향만리가 어려워도 좌절하지 않고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 소통의 메신저 아파트 관리원 이희선 씨

지난해 12월 5일 ‘인향만리’ 주인공인 아파트 관리원 이희선 씨도 ‘행복나눔 365일’ 프로젝트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를 조명하기도 했다. 이 씨는 “좋은 계기를 만나 방송에까지 나와 주민 간 소통의 좋은 현상이 외부로 많이 퍼지게 돼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지속적으로 주민과 소통하고 서로 가족처럼 나누면서 사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굴삭기 영웅’ 김용서 경사

눈부신 직업정신으로 목숨 건 선행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김용서 대전둔산경찰서 유성지구대 경사는 이제는 ‘굴삭기 영웅’으로 불린다. 지난해 5월 23일자 ‘인향만리’ 보도를 접한 계룡장학재단은 김 경사를 ‘의로운 선행 특별상’수상자로 선정해 표창장을 수여했다. 당시 이 사연을 접한 대전경찰청장 역시 이러한 김 경사의 선행이 동료 경찰관들에게 귀감이 됐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공로를 치하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24일 김 경사는 야간근무를 앞둔 자유시간에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한 다가구 주택에서 불이 난 것으로 발견하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연기가 품어져 나오는 빌라 2층에서 30대 여성이 아기를 안고 창가에 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본 김 경사는 마침 현장을 지나던 굴삭기의 버킷을 타고 올라가 재빨리 아기와 엄마를 구출했다.

당시 김 경사는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현장을 벗어났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동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김 경사는 “인향만리를 통해 알려지고 나니 주변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매사 조심스럽다”며 “경찰관으로써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 큰 봉사활동으로 한걸음 더 한남대학교 ‘그린나래’

“아이들과 수수깡으로 집을 만들었을 뿐인데 또 상을 받았네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겠죠?” 지난해 3월 27일 ‘인향만리’에 소개된 한남대 건축학과 봉사동아리 ‘그린나래’는 수상의 기쁨보다 앞으로 더 큰 봉사로 보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린나래는 지난해 11월 25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2014 자원봉사 행복나누미 우수프로그램 공모사업’ 시상식에서 대학부 장려상을 받았다. 또 같은 공모사업에서도 대학부 장려상을 받는 등 꾸준한 봉사활동을 대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이 올해 치중한 봉사활동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청소년과 집 모형을 만드는 활동이었다.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건축마을’을 주제로 수수깡으로 집의 골조를 만들고, 폐품을 활용해 집 모형을 만드는 활동을 이어갔다. 간간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자신이 사는 동네를 둘러보는 일도 함께 진행했다. 때로는 잡지와 신문을 활용해 아이들이 자신의 집이나 방을 자유롭게 꾸미도록 도왔다.

그림을 그리거나 도구를 활용한 활동은 공부만 하기에 벅찬 아이들에게 놀이교육이 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가을엔 충남 천안 등으로 집 고쳐주기 활동인 ‘해비타트’를 다녀오기도 했다. 봉사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한남대 건축학과 문한솔 양은 “같은 공모전에서 연이어 상을 받으니 더 많은 활동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방학 중엔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주관한 와우인형만들기에 도전해 극빈국 아이들을 도울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