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여행] 조동욱 충북도립대학 교수

이제 내일이면 새해가 시작된다.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새롭게 일을 추진해 나가고자 다짐하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독일의 수학자였던 힐베르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힐베르트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제일 먼저 ‘무한호텔’이란 것이 나오는데 1862년에 독일에서 태어나 1943년에 사망한 수학자였다.

사실 현대 수학은 힐베르트가 1990년 국제수학대회에서 향후 우리가 풀어야 할 수학 문제 23개를 제시하면서 시작해 앤드루 와일스가 ‘페르마의 정리’를 중명함으로써 끝난 것으로 규정한다. 무엇보다도 20세기 수학을 언급할 때 힐베르트를 꼽는 이유는 수학자들에게 23개의 문제를 풀도록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풀어야 할 재미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줘 수학자에게 지적 희열을 느끼게 했고 실제 백여년간 수학자들이 그 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수학은 더욱 발전하게 됐다. 그 자신도 수학에 푹 빠져 날마다 문제를 풀었고 26세에는 지난 30년 가까이 수학자들을 괴롭힌 ‘고르단의 문제’를 해결했으며 힐베르트 부등식, 힐베르트 공리 등 여러 수학 이론을 세웠다. 50대에는 물리학에 도전해 통계역학 이론을 쉽게 기술했는데 이는 인공위성의 운동에 관한 공학적 계산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아무튼 현대 추상 수학과 기하학의 공리적 기초를 마련한 업적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수학자는 절대 결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수학만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한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집안에 5m가 넘는 칠판을 걸어두고 시도 때도 없이 수학문제를 풀었을까. ‘어떤 문제의 뜻을 이해했다면 벌써 그 문제는 절반을 푼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80세 때 길에서 넘어져 다친 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8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힐베르트의 묘비에는 그가 은퇴하면서 행한 고별 연설의 마지막에 남긴 유명한 경구가 적혀 있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알 것이다(Wir mussen wissen, wir werden wi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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