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 http://blog.daum.net/silkjewel-58

친정어머니 계실 적에 동짓날은 그야말로 푸짐하게 팥죽을 끓이셨다. 다른 집도 끓일테지만 우리집 팥죽 좀 먹어보라고 담 넘어로 돌리고, 방문 위 화장실 대문벽에 뿌리며 고시레를 하셨다.

붉은 팥기운이 액막이를 한다고 믿으셨고, 언제나 우리 자식들 건강하게 해달라는 주문을 하셨다. 결혼하고서도 어머니의 팥죽을 푸짐히 먹었다. 

그러나 어머니 돌아가시고 감히 팥죽을 끓이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공정이 보통이 아니었고 그동안은 일한다는 관계로 그냥 동지를 맨밥으로 보내곤 했다.

그런데 아랫집 동생이 팥죽을 끓여보자고 했다. 한 그릇 사먹어도 되지만 엄마도 그리고 많이 쑤어서 며느리 손녀들까지 먹이자고 했다. 그야말로 나는 팔을 다친 관계로 입을 보태고, 동생의 노력을 보탰다. 4시간이 걸려서 팥죽이 완성되었다. 

온식구가 둘러앉아 팥죽 한 그릇씩을 먹었다. 그러며 어머니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아버지께서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고 하셨고,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는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동지는 새로운 해를 맞는 날인지도 모른다. 

나이만큼 새알심을 건져먹으며 나이 하나를 더 먹은것에 뿌듯했다. 그런데…. 올해는 나이 한살을 좀 일찍 먹기가 두렵다. 그래서 그냥 두기로 했다. 고담했지만 뿌듯한 2014년의 동짓날이다.

(우리의 레시피)

1.팥을 깨끗이 씻어 삶는다(2~3시간 푹 무르게)

2.찹쌀가루를 준비하고

3.쌀을 불려놓고

4.팥이 푹무르면 거르고

5.쌀을 넣고 퍼지게 끓인 다음

6.익반죽한 새알심을 넣고 동동 끓어 떠오르면 완성(식성대로 소금이나 설탕으로..)

7.친정어머니 계실 때 늘 끓여주시던 팥죽 완성

8.아들.며느리 손녀까지 모여 냠냠

 

동지

비단모래

 

단단한 속내 얼마나 삶아져야 / 온전히 풀어질 수 있는걸까

무수히 살아 온 세월 뭉쳐 / 굳어버린 시간을 불위에서 해체한다

그래 / 시간뿐이야

옹골진 삶하나 풀어내는 것도 / 결국 시간 뿐

내리는 눈발로 지울 수 없는 / 생애 전부를 푹푹 삶는다

지나 온 삶은 붉다 / 핏줄 속 스며든 고단한 노래가 얼마나 힘찼으면

저리 붉게 우러나올 수 있었으랴

뜨거운 팥죽 한 그릇속에 담긴 / 생애 전부 치열하게 살아낸 시간의 답장이

곱다

첫 눈 처럼 소복한 새알심을 건지며 / 웃다 붉다 설레다

(이 글은 12월 21일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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