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사회교육부장

충북도내 특성화고등학교가 달라졌다. 특성화고의 '비상(飛上)'이 시작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과거 '학력저하 학생들', 쉽게 말해 공부 못하고 일부 '문제아' 학생들이 진학하던 특성화고가 아니다. 이젠,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가 됐다. 올해 충북도내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17명이 공기업과 공무원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공기업과 공무원'은 구직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종이다. 때문에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란 ‘바늘구멍’이다. 이런 바늘 구멍에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거 합격했다는 사실은 특성화고가 '학력 저하' 학교라는 오명을 벗기에 충분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대기업에 ‘고졸 채용 바람이 불면서 충북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기업 취업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고졸 채용 바람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도내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대학보다는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는 '고학력 청년실업'이다. 청년층의 가장 큰 고민 역시 ‘진로’와 ‘취업문제’다.

대졸자와 고졸자 간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 때문에 입시지옥을 거쳐 고졸자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작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는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한집 건너 백수'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고학력 실업난을 방증한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석·박사 등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스펙을 소유한 고학력자 백수들이 수두룩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우수기업과 유망직종 진출이 활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올해 들어 도내 특성화고 학생 17명이 국가·지방직 공무원을 포함한 공기업 시험에 합격한 것을 다시한번 짚어보자. 충주상고 지빈(3년) 양은 한국은행에 합격했다. 충북에너지고 박명환(2년) 군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박수연(2년) 양은 한국수력원자력, 충북인터넷고 문지현(3년)·이송희(3년) 양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각각 취업했다. 또 충주상고 김원영(3년) 군은 행정자치부, 청주여상 윤차영(3년)·신상인(3년) 양은 우정국에 합격했다. 도내 특성화고들은 지방직 공무원 임용시험에도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청주공고 이규호(3년)·황도영(3년) 군 등 9명이 지방직 공무원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 정도면 국내 유명대학 졸업생들도 부러워 할만한 취업이 아닌가.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와 ‘스펙쌓기’ 경쟁은 지나칠 정도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사교육으로, 입학 후에는 스펙쌓기로 지출하는 돈과 사회적 손실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환경미화원을 뽑거나 단순 사무직을 선발하는데 석·박사가 몰려들고, 도내 한 지자체 6급 계약직 채용에 변호사들이 대거 몰렸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지금 지나친 '학력 인플레'와 ‘청년실업’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한다. 때문에 특성화고의 진로 교육은 이러한 학력 인플레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특성화고가 자리잡기까지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고졸 성공시대’는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책과 사회적 인식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졸자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고졸자와 대졸자간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아무튼 '특성화고의 비상'은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학력 인플레와 고학력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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