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지만 외국 대도시 전철이나 역구내, 지하도, 통행이 많은 도로변에서는 거리 악사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지하철역 구내, 열차 안에서 활동하는 악사들은 당국의 오디션을 거쳐 합격하면 등록명찰을 패용하고 연주활동을 벌인다. 발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이는 행인들이 주고 가는 소액을 모아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이런 종류의 활동이 지속되는 걸 보면 많지는 않더라도 생계유지는 되지 않나 싶다. 자신의 연주녹음 CD를 판매하여 부수입을 올리기도 하고 드물지만 연주에 감명 받은 행인이 쾌척하는 거액을 챙길 수도 있다. 이들의 연주 실력은 대체로 일정수준에 도달하여서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한다. 길거리, 지하철 안이지만 한때나마 즐거움을 선사한 거리의 악사들에게 한 푼 두 푼 성의를 표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여유는 소중하다. 우리나라 지자체나 지하철 운영기관에서도 도입하여 예술 확산과 문화생활을 촉진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클래식과 대중예술의 구분이 너무 엄격하여 교류와 혼융이 쉽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이런저런 논란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예술의 생활화, 각박한 삶에 방점을 찍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연주나 공연을 즐기는 행인들이 적절한 답례를 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제 성숙해진 시민의식과 마음씀씀이, 여기에 부응하는 연주 실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온몸에 금분, 은분을 바르고 오랜 시간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고 행인들을 바라보는 부동자세 마네킹<사진>은 더욱 고난도 분야이다. 대단한 극기심과 훈련 없이는 어려운 이 직종은 지금처럼 너나없이 힘든 일, 감정노동을 경원하는 우리 사회풍조에서는 구경하기 힘들지 않을까. 장시간 꼼짝 않고 서 있다가 잠시 쉬고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의 피에로 표정에서 삶의 고단함과 애환이 언뜻 비친다.

<논설위원·한남대 문과대학 학장·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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