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 문화1동 부녀회장
회원들과 장터 수익금 모아
독거노인과 이주여성 도와
“며느리처럼… 친엄마처럼
소통과 관심으로 한가족”

“몸이 아파도 ‘봉사’할 생각만하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 최순자 대전시 문화1동 부녀회장(57·사진)은 마을 독거노인들과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매니저다.

최 씨는 1주일에 한 번, 독거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집 청소와 냉장고 청소는 물론,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춘 밑반찬을 만들어 정성스럽게 내놓는다.

최 씨는 단순히 반찬을 만들고, 집 청소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원만한 형제들 간의 우애 속에서 성장했다는 그는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을 보면 한발 먼저 다가가려고 애쓴다.

평범한 주부였던 최 씨가 마을 어르신이나 이주여성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중구 문화1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부터다. 그는 자발적으로 문화1동 부녀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원봉사의 참맛을 알게 됐고,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 끝에 독거노인들과 이주여성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부녀회장으로써 회원들과 함께 직접 키운 보리쌀(여름)과 김·미역(겨울)을 장터에서 팔며 수익금 전액을 어르신들을 위한 자원봉사 및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음식 만들기, 송편 만들기, 김장담그기 행사 등의 활동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최 씨와 어르신들과의 관계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각박하고 무미건조한 세상 속에서 어르신들이나 이주여성들이 소통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씨는 한결같이 며느리처럼, 친엄마처럼 함께 웃고, 울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다. 

지금은 서먹했던 지난 시간과는 달리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80을 넘긴 고령이 대부분이만 어르신들은 최 씨를 보기위해 걸음을 옮기고 일부 어르신들은 최 씨를 딸같이 여기면서 가정사부터 최근 고민까지 털어 놓곤한다. 이주여성들도 달라졌다.

송편만들기, 김장담그기 등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통해 최 씨는 이제 그들에게 친엄마나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최 씨는 “이주여성들이 주민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원인으로는 이주여성과 시어머니, 남편간의 의심이 날고 커지기 때문”이라며 “가족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활동적인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가정간의 ‘의심’이라는 허물을 한 겹 씩 벗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향후 최 씨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그룹홈 지원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기적인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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