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생활권 공립단설유치원 대거 몰려 미달된 곳은 원거리 통학 감수해야
“유치원 입학 ‘로또’… 이주한 것 후회” 특별한 대안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

“어디 우리 아이 돌봐줄 곳 없나요. 세종으로 이주해온 게 후회됩니다.” 세종 신도시 한 젊은 학부모의 절절한 호소이다. 맞벌이 부모를 둔 세종지역 만 3~5세 유아들이 갈 곳을 잃었다. 아파트 단지별 일부 어린이집 개원이 줄줄이 지연되면서 수용시설 부족사태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불어닥친 유치원 보내기 열풍이 유치원 추첨 대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기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학부모들은 일제히 유치원으로 눈을 돌려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지만 마지막 입학기회의 동아줄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유치원 쏠림현상과 함께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유치원 입학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다는 게 불편한 진실로 꼽힌다.

세종시교육청 학교설립과 한 관계자는 “단지별 아파트 및 복합커뮤니티센터 어린이집이 아쉽다. 모든 수요가 유치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공립단설유치원에서 어린이집 수용 인원까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2105년도 세종시 공립단설유치원 원아모집 접수 현황을 보면 이번 사태는 1·2생활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실제 해당 생활권 유치원(신설 제외)의 만3세 원아모집 규모는 총 306명 모집으로, 이번 모집에 761명이 대거 몰렸다. 사실상 300여명이 넘는 유아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것을 뜻한다. 또 218명을 모집하는 만4세는 461명, 만5세는 346명 모집에 418명이 지원, 많게는 지원유아 절반 이상이 집앞 유치원 입학기회를 잃은 모습이다.

내년 3월 문을 여는 가락·고운·다빛·초롱별 유치원 등 1-3·4생활권 신설 유치원이 미달 사태를 빚긴했지만 일부 학부모들에겐 ‘그림의 떡’으로 읽힌다. 원거리 통학 극복을 위한 통학버스 등 차량지원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여건 상 매일 아침 통학을 책임질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이 학부모들이 집 앞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내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유다.

학부모 A씨는 “유치원 등원을 위해 차 한대를 또 구입해야하나 고민이 많다. 세종에서 맞벌이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집앞 유치원은 눈물로 보기만할 뿐 다른 먼 곳으로 아이를 차에 태워서 가야하나, 잠을 못이루고 있다. 교육도시 세종을 믿고 세종시 이주를 결정했는데 태어나서 가장 후회되는 결정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 3세 유아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교육청이 5세, 4세 순으로 유치원 입학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탓에 만 3세 아이들이 쥐고 있는 입학기회 동아줄은 썪은 동아줄로 변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날벼락을 맞은 학부모들의 반발은 극에 치닫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일단 비난의 화살은 교육청으로 향하고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비빌 언덕이 교육청밖에 없기때문이다.

3세반 학부모 B씨는 “세종시 유아교육이 형편 없다는 점은 로또같은 유치원 추첨이후에 뼈저리게 겪고 있다. 현재 교육청의 잘못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면서 “학급 증설이라도 대안을 마련해줘야한다”고 호소했다. 학부모 C씨는 “세종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이가 없다. 교육청이 유치원 부족현상을 몰랐을리가 없다”면서 “교육청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더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악재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3~5세 아이 모두를 공립유치원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솔직히 뚜렷한 대책이 없다. 신설 어린이집 개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민간 단설 유치원 허가 신청 조차 단 한건도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 학급 증설이라는 대안이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교육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학급증설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안전 사고 등을 우려한 기존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솔유치원의 경우 교실을 증설했지만, 다시 학급수를 줄여달라는 민원이 뒤따르고 있다. 또 향후 과잉시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청 측은 만 3세 15명, 만 4세 20명, 만5세 25명으로 맞춰진 유치원 학급당 정원을 각 2명씩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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