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타락한 검사세계 민낯 공개
거대한 권력 맞서 정의구현 외쳐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등장했다가 출발부터 월화극 1위를 달리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MBC TV '오만과 편견'에 이어 지난 15일 시작한 SBS TV '펀치'가 검사들의 세상에 메스를 들이대고 후벼 파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만과 편견'이나 '펀치'나 큰 구도는 같다. 이미 때가 묻을 대로 다 묻고 오물이 튈 대로 다 튄 검찰의 윗선들과 그 아래 패기 창창하고 의욕 충만하고 잃을 것 없는 청년 검사들의 대결이다.

'오만과 편견'은 15년 전 미제 사건을 둘러싸고 열혈 검사 구동치(최진혁 분)가 보이지 않는 검찰 윗선과 그들마저 조종하는 더 큰 세력의 실체를 까발리기 위해 검사직(심지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야기다. 그런 그를 여전히 나쁜 놈인지 착한 놈인지 알 수 없는 능구렁이 부장검사 문희만(최민수)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지켜보고 있다. 문희만은 그러면서 자기가 어느 줄을 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오만관 편견'이 검은 구름 뒤에 숨은 윗선의 실체를 양파껍질 까듯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면, '펀치'는 아예 첫회부터 부패하고 타락한 윗선의 모습을 숨김없이 까발렸다. 검찰총장 교체를 앞두고 자신보다 1년 후배인 법무연수원장이 새 총장 후보로 거론되자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후배를 밀어내고 총장 자리에 앉겠다는 이태준 서울지검장의 야비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이 정면으로 그려졌다.

이렇듯 두 드라마는 부패하고 타락했으며, 정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검사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섬뜩하게 만든다. 최민수와 조재현의 노련한 연기가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실은 어떨지라도, 진실은 어떨지라도, 두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추구할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두 작품 모두 젊은 검사를 내세워 정의구현을 외친다. 그 과정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만과 편견'의 구동치 검사도, '펀치'의 신하경(김아중 분) 검사도 모두 사표를 쓰고 거대한 권력에 맞선다. 

그만큼 이들이 하려는 싸움이 어렵다는 단적인 예. '펀치'는 일개 평검사인 신하경이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누워있는 유치원 버스 기사를 위해 용감무쌍하게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는 모습으로, '오만과 편견'은 윗선의 온갖 방해에도 공소시효가 코 앞으로 다가온 15년 전 아동 납치·살인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구동치의 집념으로 아직은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