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서예이야기]

기원전 7세기 말엽, 주왕조(周王朝) 장왕(莊王) 때의 이야기이다. 초(楚)나라 문왕(文王)이 지금의 하남성(河南省)에 있었던 신(申)나라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등(鄧)나라를 지나가야 했고, 이에 길을 열어 줄것을 등나라 왕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등나라 대신들은 아주 좋은 기회가 왔으니 후하게 대접하는 척하고 맞은 다음 죽여 후한을 막도록 하자고 진언했다. 그러나 임금만은 고개를 내젓는 것이었다. 얼마 후 초나라 문왕이 많은 군사들과 대신들을 이끌고 등나라로 들어오자 등나라의 임금인 기후(祁候)는 ‘내 조카가 왔다’며 반갑게 맞이하며 진수성찬으로 환대했다. 그러자 세 현인(賢人)이 기후 앞으로 나와 이렇게 진언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머지않아 저 초나라 문왕은 반드시 우리 등나라를 침공해 멸하고 말 것이 분명하오니, 이렇게 좋은 기회에 반드시 죽여서 후환을 없게 하옵소서. 천하, 지금 조치하지 않으면 훗날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기후는 펄쩍 뛰며 무슨 소리냐고 충신의 말을 듣지 않았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어느 날 문왕은 충신들의 예언대로 군사를 이끌고 등나라로 쳐들어 왔다.

이리해 등나라는 일찍이 세 현인이 예언한 대로 문왕에게 멸망당하고 말았다. 요즈음도 자기 영토 확보와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범하는 일들이 빈번하거나 음모하고 있다. 항시 국방의 평화통일과 관련한 자기 업무에서 최선을 다해야 자손만대 만만세 국가를 이룩할 수 있다.

<국전서예초대작가·前대전둔산초 교장 청곡 박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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