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이태호 씨
친구들과 매달 5천원씩 모아
지역아동센터 벽화 봉사활동
벽화 그리는 날엔 마을축제
미래빚는 청년공동체 만들어

“청년 스스로의 힘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를 대전에 만들고 싶어요. 세상과 다른 잣대로 살아도 암울하지 않은 미래를 ‘바로 지금 이곳’에 우리 손으로 만들래요.”

이태호(26) 씨는 지역의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고등학교 땐 수능을 위해, 대학 땐 취업을 위해 ‘청춘을 저당잡힌’ 젊은이, 빛나는 꿈을 손에 들고도 엄혹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로 ‘어쩔 줄 몰라’ 절망하는 지금 이 시대 젊은이다. 그 역시 오랫동안 남들 가는 데로 걷는 길이 꿈을 이룰 유일한 방법이라 여겼다.

 “사람들이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도시 문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충남대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대전시 공무원이 되기 위해 8년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했죠.” 남들처럼 ‘스펙쌓기용’ 대기업 자원봉사 프로그램에도 지원했다.

그렇게 뽑힌 다른 대학생들과 팀을 이뤄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 활동으로 도배와 ‘벽화 그리기’ 작업을 했다. 이게 입소문을 타서 지역아동센터를 돌아다니며 벽화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뻔한 건 여기까지.

 힘을 모아 그린 ‘벽화’가 그의 마음을 건드렸고, 기업의 지원 없이도 ‘우리 스스로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동안의 활동 성과를 보여주는 ‘소감문 책’까지 만들어 친구들을 설득했고, 10명의 친구가 함께 하기로 했다.

 대학생 10명이 각각 한달에 5000원씩 두달 동안 모아 벽화 한 번 그릴 돈을 만드는 식이었다.

 그 돈으로 지역아동센터에 벽화를 그려주는 일을 계속 이어갔다. 지난해 4월 그는 대전시의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에 뜻을 함께 하는 친구들과 지원했다.

 “제 고향은 대전현충원 근처의 ‘들마을’이란 도심 속 시골이예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곳에서 산, 유성 토박이죠.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 공고를 보고 우리 동네 어르신들과 버려진 벽들이 떠올랐어요.”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후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마을이 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했고, 어르신들의 삶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시로 써 벽화와 함께 세겨 넣기로 했다.

 벽화를 그리는 날이면 동네 어르신들과 40여명이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마을 축제가 되곤 했다.

 “벽화 그리기와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그 일들이 제겐 가랑비가 됐나봐요. 경쟁을 위한 경쟁이 아닌, 경험을 통해 성장하면 훨씬 더 재밌고 다양하고 의미있는 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제 안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는 학교로 돌아와 “함께 실천하는 행정을 해보자”는 뜻의 ‘함께 하는 동행’이란 동아리도 만들고, 대전청년컨퍼런스 기획에도 참여했다.

 “청년들이 만나 술 없이 서로의 고민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려 했어요. 그 소통을 바탕으로 우리 스스로 살기 좋은 ‘생태’를, 암울하지 않은 미래를 빚는 ‘청년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그 일을 위해 대전의 청년 모임들을 서로 잇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합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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