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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조재근 온라인뉴스부 차장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4년 11월 28일 금요일 제20면     승인시간 : 2014년 11월 27일 20시 10분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관심을 두게 됐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참으로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걱정을 넘어 이제는 한심스럽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교육과정) 보육료 지원이 줄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유치원으로 대거 몰린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보육 대란’이라는 엄청난 쓰나미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면서 두 손 놓고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어쩌면 보육 대란과 맞서는 부모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덕분에 유치원은 지금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하는 경쟁률을 보이며 눈치작전에다, 새벽 줄서기도 마다치 않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어린이집은 유치원으로 빠져나가는 어린이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밝고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자라야 할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말장난과 억지 논리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희생양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이 나라의 어른 중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또 미안할 따름이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말 그대로 교육은 지금 당장이 아닌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은 짧게는 1년에서 길어도 5년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노림수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시생은 물론,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에게까지 큰 짐을 짊어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만약 많은 부모가 우려하는 대로 보육 대란이 현실이 된다면 이 사태는 단순히 유치원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유치원 신입생들의 경쟁이 높아지면 이후에는 입학생을 나누기 위해 선발 과정을 만들게 될 것이고, 선발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아마도 부모들은 혹여 ‘유치원 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자녀를 낳는 부모들은 어쩌면 뱃속에서부터 유치원 입학을 위한 과외지도를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어린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참혹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혹독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지금은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닥치고 보면 그다지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부모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하고 싶다. 제발 교육에 한해서만큼은 한 번 더 생각한 후 일을 추진하길 바란다. 백 년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십 년을 내다볼 수 있는 교육 현실을 부모들은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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