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화재대책 부실
대전지역 시설관리 엉망
비상구 문 모두 잠궈놓고
완강기는 진열대로 사용
대피매뉴얼 교육도 전무
불나면 노인들 속수무책
이 요양원에는 사고 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를 할 수 있는 비상용 기구인 ‘완강기’가 철사로 휘감겨 있어 여자 간호사 두 명이 달라 붙어도 열리지 않았다. 남자 직원이 드라이버를 갖고 와야 간신히 열 수 있는 수준이었다. ▶관련기사·사설 3·21면
비상구의 문도 모두 열쇠로 잠겨 있거나 손잡이가 고무호스로 꽁꽁 묶여 있었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도 복도에 비치돼 있지 않았다. 노인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 등의 보조기구 없이는 혼자서 걷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A 요양원 관계자는 “완강기는 노인들이 움직이면서 다치는 경우가 많아 잠시 묶어놓았다”며 “비상구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 자꾸 사라져 잠가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구의 B 노인요양원도 화재 등의 사고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안전기구 관리가 엉망이었다.
B 요양원도 완강기에 덮개가 씌어있었고 물건까지 잔뜩 올려놓은 상태였다. 또 비상구의 문도 잠겨있었다.
특히 불이 났을 경우 대피를 어떻게 할 것인지 훈련을 하는 대피매뉴얼도 없었다.
B 요양원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누가 누구를 맡아 대피시키고 하는 매뉴얼은 없다”며 “요양원에서 큰불이 나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요양원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과 교육도 허술했다.
요양원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점검도 1년에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요양원 화재 발생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이슈로 불거질 때마다 안전교육을 하는 등 형식적인 수준이었다.
한 복지분야 전문가는 “자체적으로 안전훈련과 교육을 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쓰는 요양원도 있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며 “대형 사고 발생 우려가 큰 만큼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